건강정보 시대의 진실 위기

건강정보 시대의 진실 위기
건강정보 시대의 진실 위기

과학과 신뢰는 왜 흔들리는가 – 건강정보 시대의 '포스트 트루스' 리스크와 우리의 대응 전략

최근 바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실에 대한 폭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발단은 트럼프가 “임산부가 타이레놀(Paracetamol)을 복용하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해당 발언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영국 보건당국까지 공식적으로 반박한 바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실 왜곡과 과학 무시적 레토릭은 단순한 '가짜뉴스'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깊은 신뢰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질문해보자.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흐름이 우리의 건강, 소비,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1.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도래, 사실보다 감정이 승리하는 사회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감정과 신념이 공적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산부 대상 진통제 사용에 대해 과학적 합의와 반하는 주장을 반복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이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를 선정했던 시사점은 2025년에도 유효하다. 과학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경계심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 건강 영역의 불신이 불러온 사회적 리스크

의료·보건 정보의 왜곡은 일반적인 가짜뉴스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임산부처럼 건강 정보에 민감한 계층에게 올바르지 않은 조언이 확산되면, 탈진실적 정치가 개인의 신체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일대 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약물 사용에 대한 공포심은 치료 거부와 태아의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英 보건장관과 호주 의학협회, 의료전문가들은 트럼프 발언을 ‘과학의 배신’이라 규정하며 경고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논란이 아닌 세계적인 공공 보건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3. 전통 미디어와 전문가 권위의 위기

오바마는 이번 연설에서 “진보는 스스로 가치를 믿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 세계에서 시험대에 올랐을 때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즉, 과학이나 진보의 힘만으로는 대중의 감정을 이기기 어렵다는 반성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전문가 집단과 전통 미디어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경고와도 연결된다. 변화의 시대, 전문가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폭넓은 감정 공감과 대중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새롭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4. 개인이 데이터를 검증하는 시대, 정보 리터러시의 중요성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내가 믿을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AI 추천 알고리즘, 소셜미디어 자동 큐레이션, 개인화된 정보 편향은 ‘진실’ 대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주게 된다. 이에 따라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 즉 정보를 평가하고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능력이 핵심 시민 역량으로 부상한다.

OECD는 미래사회에서 시민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기술 리터러시’, ‘데이터 해석력’과 함께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정보 감별 능력, 과학의 맥락 이해, 주장과 사실 구분 능력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5. 우리가 나아가야 할 건강정보 생태계: 투명함, 검증, 신뢰 회복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건강정보 생태계 조성이다. 정부는 신뢰성 높은 공공 플랫폼을 통해 시민과 소통해야 하며, 의료기관과 미디어는 반복적으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도 ‘의심’이 아닌 ‘검증’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능동적인 정보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팩트체크 플랫폼, 맞춤형 건강정보 큐레이션 앱, 스마트 의료 상담 챗봇 등은 이러한 진실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을 믿지 않는 사회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진실'과 '의견'이 뒤섞인 세상에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 정확한 데이터 이해, 감정보다 사실을 우선하는 태도를 무기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건강 트렌드, 정치 담론, 사회 논쟁 모두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정확한 정보는 알고리즘을 타고 무수히 확산되고 있다.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떤 관점을 채택할 것인지는 이제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바로 '정보를 읽는 눈'을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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