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땅과 물이 병들고 있다 – 농촌 환경 위기와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이 시급한 이유]
우리가 매일 먹는 쌀, 채소, 과일은 과연 안전할까?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식량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대한민국의 농촌, 그 풍요롭고 정겨운 논밭이 이제는 심각한 환경 위기의 현장이 되고 있다. 최근 경상남도 일부 지역 농민들이 “물이 썩었다”는 호소와 함께 논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수질오염, 농약 잔류, 토양 악화가 식량 생산을 위협하며, 이는 단순한 농업 문제를 넘어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험 신호다.
수질오염과 토양 훼손, 식량기반의 붕괴
경상남도 주장처럼 농수로에서 물고기가 폐사하고, 논에 물을 대면 썩은 냄새가 올라오는 현실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경남 고성·하동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질오염의 원인으로는 인근 양식장의 사료 유출, 농약과 퇴비류의 유입, 하수 정화처리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농민은 “물이 검고 썩은 냄새가 나 배를 담글 수가 없다”며 강한 불안을 표시했다. 이로 인해 벼의 생육이 정체되고, 단백질 함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쌀로 유통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민원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농경지 인근 수질 오염원 중 축산계 배출원이 전체 오염원의 42% 이상을 차지하며, 도시 인근에서는 생활계 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수질오염은 토양 생태계의 미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식물의 생장 조건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결국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무너지는 농민의 생계, 잠식되는 식량 주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작황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에서 피해 벼를 매입하고 사료용으로 돌린다고 해도, 농민들의 소득은 줄고 농업에 대한 희망은 점점 사라진다. 고성의 한 농민은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보상을 받아도 다음 해를 장담할 수 없다”라며 농업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는 곧 국가 식량자급률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외국산 저가 농산물 의존도가 높아져 식량 주권이 줄어드는 현실로 연결된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식량 자급률은 곡물 기준 20.9%에 불과하다. 이보다 높은 자급 시스템을 가진 유럽 국가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 투자를 기반으로 환경 보전과 식량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농업이 지금처럼 환경 파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미래 세대는 수입에만 의존하는 불안정한 먹거리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 농법이 답이다 – 지속 가능한 대안의 모색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상이나 환경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을 위한 근본적 전략이 필요하다. 유기농, 정밀농업, 자연농법 등은 농약과 화학비료 의존을 줄이고, 토양과 수질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를 인정받은 방안이다. 실제로 전라남도 해남군의 일부 마을에서는 공동체 단위의 유기 농업 전환을 통해 농민 소득을 보존하면서 수질 환경을 개선한 바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환경 회복력이 높은 농업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기후 위기 시대, 가장 중요한 국가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농업이 오히려 환경을 살리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역 단위로의 농업교육, 친환경 농기자재 지원, 공동체 주도의 물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먹거리 소비의 작은 변화가 미래를 바꾼다
이 글을 읽는 시민들이 바로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우선, 지역의 로컬푸드 직판장과 생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친환경 농산물과 지속 가능한 농법을 지지해야 생산도 가능해진다. 또한 식재료를 살 때 단순한 가격이 아닌, 누가, 어떻게 재배했는지를 묻는 식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친환경 농업 예산 확대,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 정비, 농민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실천이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바로 지금 소비하는 방식이, 다음 세대의 식탁을 결정한다. 병든 물과 땅에서 건진, 경남 농민들의 절박한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