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학 박사가 짚는 농업 쓰레기 문제와 지속 가능한 해결책 4가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밥상의 이면에는 어떤 환경비용이 숨겨져 있을까. 날로 심화되는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속에서 농업이 초래하는 쓰레기 문제는 이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재배과정과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폐비닐, 폐영농 부산물, 포장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농촌과 자연환경 모두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폐기물은 단순한 흔적을 넘어 토양과 수질 오염,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며, 우리 식량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어떤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살펴야 할 때다. “버려지는 농업 쓰레기의 양과 그 처리 방식은 이제 농업 생산성만큼이나 중요한 환경지표가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경고한 바 있는 ‘농업의 탈탄소화 및 자원순환 전환’ 필요성은 더는 지연될 수 없다.
- 증가하는 농업 쓰레기, 뿌리 깊은 구조적 원인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폐비닐 등 농업 폐기물은 약 32만 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야적되거나 불법 투기되어 토양 산성화 및 중금속 오염을 유발하며, 결국 식품 안전성까지 위협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농민의 문제라기보다는, 농산물의 모양과 크기에 집착하는 유통구조, 과도한 포장 중심의 물류체계, 농자재 사용에 대한 제도적 가이드라인 부재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수확량만큼이나 ‘어떤 방식으로 재배하고 처리했는가’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른다”며, 농업생산의 전주기적 폐기물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친환경 자재 사용 유도, 농자재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 토양과 수자원 오염, 생태계 교란이 초래하는 식량 위기
폐비닐 등 농업 쓰레기는 분해가 어려워 토양 투수성을 저하시켜 수분 흡수력을 떨어뜨리고, 잔류 농약 및 유해물질이 하천과 지하수에 유입되어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작물 생장 환경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분석에 따르면, 농촌지역 일부 지하수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질산성 질소가 검출되어 인근 논밭의 농작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오염은 결국 우리 먹거리의 안전성과 영양학적 가치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 문제는 생태계 전반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소농 중심의 전통 농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의존적인 수입농산물 구조를 심화시켜 식량 주권의 기반마저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전 세계의 변화, 순환농업과 생분해 자재 확산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이미 생분해성 멀칭 비닐 도입, 지역 기반의 자원순환 시스템, 폐농자재 생산자 책임제 확대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농업 부문에서도 탄소세를 적용하며, 폐기물 감축 및 자원 효율성 향상을 위해 ‘농업 폐기물 무해화 전략’을 국가 과제로 설정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는 농업 쓰레기 수거 보조금 확대, 공동 집하장 설치 등의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기존의 한시적 지원 수준에서 체계적인 전환정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친환경 농자재 개발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전체 농업 예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예방 중심의 체질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 농민과 소비자의 공동 대응이 미래를 바꾼다
이 문제의 실질적 해결은 단지 고도의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어려우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인식 변화와 협력이 절실하다. 로컬푸드를 활용하거나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함으로써 포장재, 유통단계 쓰레기를 줄이고, 농민은 장기적으로 토양 개량과 생태순환 농법을 실현할 수 있는 동기를 갖게 된다.
또한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 변화, 예컨대 비규격 농산물 구매 확대, 제철 먹거리 소비, 포장재 없는 정기 배송 서비스(제로웨이스트 박스 등) 참여는 농업 쓰레기 감축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는 전국 단위의 영농 폐기물 관리 통합 플랫폼 구축, 민관협치 기반의 지속가능한 농업 확산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모여 거대한 전환을 이끌 수 있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유기농 인증 로컬푸드’ 한 봉지 선택이 그 출발점이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밥상과 깨끗한 농촌, 미래 세대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량 시스템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