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시대, 우리 농업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 지속 가능한 식량 미래를 위한 기업 후원의 이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토양 황폐화가 점점 심화되는 지금, 우리 식탁의 미래를 결정짓는 '농업 교육'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최근 글로벌 농업화학기업 심젠타(Syngenta)가 미국 청소년 농업교육 운동인 FFA(Future Farmers of America)에 연속으로 최고 금액을 기부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차세대 농업 인재 양성을 위한 긍정적 메시지로 보이지만, 지속 가능한 농업을 고민하는 우리로서는 그 이면을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자본이 농업 교육에 어떤 메시지를 심고 있는지, 또 그것이 과연 생태적 전환과 식량 주권 확보에 기여하는 방향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 산업자본의 농업 교육 지원, 어떤 가치가 전파되는가?
심젠타와 같은 농업화학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청소년 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하며 농업 산업 내 인재 양성에 기여해왔습니다. 실제로 FFA는 미국 전역에서 100만 명이 넘는 학생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장 중심의 지도력과 경영 마인드 함양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 교육 시스템에 투자하는 기업이 농약과 GMO(유전자변형작물) 기술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다국적 화학기업일 경우,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산업 중심의 집약적 농업 모델에 익숙해집니다.
세계 식량농업기구(FAO)는 “지속 가능한 농업은 생물다양성 보존, 토양 건강 회복,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반해, 화학 중심 농법에 치우친 교육이 과연 토양 자원의 회복, 기후적응 농법, 지역 식량 자립과 같은 핵심 역량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 ‘지속 가능성’의 이름 아래, 과연 누구를 위한 농업인가?
심젠타는 세계 곳곳에서 작물보호제, 합성 비료, GMO 종자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GMO와 살충제 중심의 농법은 장기적으로 토양 생태계의 황폐화, 야생종 유전자 오염, 농민들의 종자 주권 상실로 연결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과다한 농약 사용은 토양 미생물 다양성 저하와 수질 오염 문제를 함께 유발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식량 생산 기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제 시민 환경 단체들은 기업 중심의 농업 모델이 전 세계 소규모 농민들을 위협하며, ‘다양한 전통농업 지식’을 비가시화시키는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화학적 집약농업을 유일한 해결책처럼 교육하는 것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생태농, 유기농, 로컬푸드… 청소년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반면 긍정적인 대안도 존재합니다. 일본와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는 유기농법 실습학교, 로컬푸드 연계 프로그램, 학교텃밭 운영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체화하는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FAO 역시 “지속 가능한 농업 교육이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술적 사고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농업 교육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단순히 취업 중심, 산업 수요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 기후 대응력, 지역 식량자립 역량, 토종 종자 보전, 윤리적 먹거리 소비 등을 주제로 청소년의 생태 감수성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업 기부의 투명성과 방향성, 감시가 필요하다
기부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민간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환영받을 일입니다. 그러나 그 지원이 중립적인 교육 콘텐츠를 보장하고, 특정 기업의 농업 관점만 확산시키지 않도록 하는 투명한 관리와 공공성 확보는 필수입니다. 미국은 이미 논란이 된 기업-교육 연계 사례에서 교육과정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입니다. 한국도 이제는 청소년 농업 교육에서 생태·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명확한 목표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은 거창한 국가 정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민인 우리가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소비 단계에서 인증된 유기농 및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해 보세요.
- 지역 직거래 장터, 로컬푸드 매장, 생산자 협동조합을 통해 먹거리의 거리(food miles)를 줄여보세요.
- 학교와 지역에서 청소년 대상 생태농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후원해 보세요.
- 농업 관련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식량주권 운동을 지지하고 행동에 함께하세요.
- 더 깊이 고민하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The Need to Grow』, 책 『Slow Food Nation』 등을 추천합니다.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교육과 농업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씨앗입니다. 그 씨앗에 어떤 가치와 철학이 담겨야 할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