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I로 바꾸는 산불 대응

대한항공, AI로 바꾸는 산불 대응
대한항공, AI로 바꾸는 산불 대응

기후재난 시대의 대응 기술 – 산불과 AI, 그리고 인간의 역할

기후변화가 초래한 극심한 산불은 더 이상 특정 국가나 계절의 문제가 아니다. 캘리포니아, 호주, 한국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산불 피해는 공공안전, 환경, 경제 등 다층적인 사회 자원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한항공과 미국 안두릴 인더스트리즈가 추진하는 산불 대응 통합 플랫폼은 기술과 공공안전의 새로운 교차점을 시사한다. 두 기업은 AI 기술과 무인기를 결합하여 ‘사람 중심’의 산불 대응 패러다임을 기술 중심 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변화는 자연재난 대응의 미래 방향에 대해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AI·무인기가 소방관을 대체할 수 있는가?

이번 협력의 핵심은 무인기와 AI 플랫폼의 융합이다. 안두릴의 ‘래티스(Lattice)’ 시스템은 인위적 개입 없이도 위성, 공중, 지상에 설치된 센서를 기반으로 화재를 감지하고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무인기 운용 기술은 이 시스템의 물리적 실행 도구로 작동하게 된다. 이는 기존 ‘인력 중심의 초동 대응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에 적절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현장 소방관에 의존해온 감시-제보-출동 구조는 대응에 수 십 분씩 지체되며 산불 확산에 속수무책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처럼 바람이 거센 날 발생한 화재는 초기 대응 실패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 사례다. 무인기 기반 조기 탐지 시스템의 실시간 대처는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질문을 남긴다. 디지털 기반 재난 대응 체계는 과연 모든 지역과 계층에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을까?

기술 격차와 환경 불평등 문제

기술적 해결책이 제시되었을 때 항상 따라붙는 과제는 ‘비용’과 ‘접근성’이다. 재난 대응 AI와 무인기 플랫폼이 상용화된다면 지방 자치단체, 특히 예산이 열악한 중소 도시나 농산어촌 지역은 이러한 최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을까? 단가, 유지 비용, 운용 인력 훈련 등은 자칫 기술의 불평등한 배분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도 함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이 모든 문제의 해답일 수는 없다.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무분별한 개발, 관리되지 않은 캠핑 활동, 불법소각 등 인간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 결국, 기술적 대응과 사회문화적 예방 사이의 균형이 핵심이다.

다른 나라의 선택, 우리가 배워야 할 점

미국 캘리포니아는 AI 및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화재 예측 시스템을 일찍 도입했지만, 여전히 화재 대응의 최일선에는 지역 소방관과 주민 자율 경보 체계가 존재한다. 호주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사전 모니터링과 함께 지역 주민 교육 프로그램, 화재 위험 지역의 사유지 철저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기술 도입과 제도 설계, 공동체 참여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최적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이 시스템을 단순히 수출 가능한 기술 아이템으로 접근하기보다, 공공안전 정책의 일부로 통합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프레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산림청, 지방정부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 관련 법령 정비, 민간과 공공 간 통신망 연동이 동반되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의 역할도 달라진다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사회 시스템은 상실된 신뢰로 인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대한항공-안두릴의 협력 발표는 기술과 공공의 연대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안전은 기술이 보장해주는 것인가, 시민성과 책임이 만들어가는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도 남긴다.

우리는 새로운 소방 플랫폼의 수혜자가 되기 이전에, 산불을 예방하는 시민의 역할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상이변과 인구 감소로 인해 소방 인력 공백이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보다는 공동체 중심의 경보체계, 교육, 감시 활동이 함께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공공 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책, 제도, 사회, 개인이 함께 가는 시각이 필요하다. 시민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의 감시자이자 참여자의 위치에 있다. 무엇을 감시해야 하고, 어디에 참여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묻는 것, 그것이 ‘기술 시대의 시민성’을 위한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고정 배너 자리

CoworkTimes 주요 뉴스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