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썸머바이브 – 도시의 여름을 예술로 물들이다
여름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날씨보다 한강에서 열리는 문화 축제가 먼저 알려준다. 서울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재구성한 ‘서울썸머바이브(SEOUL SUMMER VIBE)’는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와 인간, 공공성과 예술성, 무대와 삶이 만나는 드물고도 가치 있는 장면이다.
노들섬에서 열리는 이틀간의 축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자화상이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적 실험장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만드는 여름의 열기’라는 주제는 말 그대로 주체가 ‘우리’라는 데에 방점을 찍는다. 참여와 연대, 다양성과 공존이라는 키워드가 그 무대를 지탱한다.
세대를 잇는 목소리, 음악이 만든 공동체의 순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 ‘SING TOGETHER: 세대공감 싱어롱 콘서트’다. 관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동등한 주체로 초대되어, 모두가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떼창의 순간은 음악이 갖는 공동체적 힘이 무엇인지 체감하게 한다. 찾아 듣기와 알고리즘 추천에 익숙해진 개인화된 감상이 아닌, 사람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는 음악의 원형적 힘.
수어로 노래하는 아이돌 ‘빅오션’과 농인 배우 김리후 씨의 무대는 장벽 없는 예술이 갖는 힘을 일깨운다. 언어가 다르고, 움직임이 다르고, 감각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무대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배려 이상의 철학적 태도다. 축제는 축제다워야 한다면,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진리가 여기서 다시 증명된다.
춤의 자유와 예술의 확장,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몸과 도시
‘DANCE VIBE’에서 펼쳐지는 스트리트 댄스 배틀과 K-POP 랜덤플레이댄스는 춤이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해석하고 표출하느냐의 방식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브레이킹부터 왁킹, 하우스, 크럼프라는 장르의 다채로움은 춤이 단지 스타일이 아니라 생애경험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와 함께 펼쳐지는 ‘ARTS VIBE’ 속 그라피티 전시와 체험은 세상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이 도시 위를 수놓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폐드럼통과 서핑보드를 소재로 한 업사이클링 전시는 예술이 환경과 만나는 방식, 다시 말해 일상의 조각들이 예술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쉼 또한 문화의 일부 – 예술 속 휴식이라는 감각의 전환
‘COOL&CHILL VIBE’는 축제에서 우리가 너무 자주 잊는 감각을 되살린다. 화려하고 큰 무대의 폭죽 뒤에는, 말 없이 흐르는 여유와 감상도 존재해야 한다. 패션 팝업, 스케이트보드, 의상 체험, 그리고 친환경 기념품 제작까지, 놀이는 놀이다워야 하지만 동시에 가치를 담은 체험은 삶을 배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시민이 참여한 ‘함께, 한강’ 전시는 한강을 예술의 오브제로만 보지 않고, 삶과 도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매개체로 재해석한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무심코 지나쳐오는 풍경 속에도 예술적 감수성이 스며들 수 있느냐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우리는 어떤 축제를 원하고 있었는가?
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콘텐츠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축제를 구성하는 방식, 즉 모든 시민을 축제의 중심으로 초대하는 철학 때문이다. 장애 예술인의 참여, 수어통역과 휠체어 서비스, 재활용 전시와 친환경 프로세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로 가고 싶은지에 대한 문화적 응답이다.
우리가 감각해야 할 다음 문화는 아마 '배제되지 않는 문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예술'이라는 흐름일 것이다.
이제 독자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우리만의 여름 바이브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음악이든 춤이든, 또는 낙조를 보며 가족과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 잔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이다.
이번 주말, 노들섬에서 당신의 여름 첫 기억은 무엇으로 남을 예정인가?
한 번쯤, 도시에서 예술과 휴식, 그리고 공존을 동시에 감각해보는 삶을 기획해보자. 의외로, 그것이 올여름 우리의 진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