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돌봄의 주체를 묻다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돌봄의 주체를 묻다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돌봄의 주체를 묻다

통합돌봄법 시대의 문턱에서 – 사회연대경제가 다시 묻는 ‘돌봄의 주체는 누구인가’

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보건·의료·노인·장애·주거·복지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 중심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국가적 시도다. 이를 앞두고 서울시와 마포구 등에서는 돌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실천들은, 제도의 사각을 메우는 ‘서로 돌봄’의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공공의 돌봄과 시장의 한계, 그리고 제3의 길

전통적으로 한국의 돌봄은 가족 중심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핵가족화는 그 기반을 약화시켰고, 공적 돌봄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는 재가서비스 확대, 장기요양보험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서비스 간 단절, 접근성 불균형, 돌봄노동의 저평가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시장이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윤 중심 운영은 서비스의 질 저하와 돌봄노동자의 희생을 초래했고, 돌봄의 지속성과 신뢰를 훼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사회연대경제’다. 이는 지역 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시민 기반 조직이 자율성과 공동체성에 기초해 돌봄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흔히 ‘제3섹터’로 불리는 이 구조는 돌봄을 공공 서비스로서 유지하면서도 관료적 경직과 시장 논리를 극복하려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포에서 실험된 ‘돌봄의 지역화’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는 그동안 주거보수, 반려동물 케어, 방역 등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돌봄 시범사업들을 운영해왔다. 이 시도들이 가진 강점은 무엇보다 ‘돌봄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사람’, 지역 전체가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서비스의 파편화를 극복하고자 통합창구와 연계시스템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 시행에 있어 실질적인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가 제안하는 방식은 ‘공공=정부’라는 등식을 넘어, 시민과 지역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새로운 공공성의 형태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복지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결정권과 실행권을 갖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충분한가?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 지역 주도 돌봄체계가 확립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은 오랫동안 중앙집중적 제도와 예산 구조, 단기성과 중심의 공모사업 방식으로 인해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실험을 반복하는 경향에 놓여왔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자치구 협동조합협의회 등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안정성과 전문 인력 확보, 서비스 품질 관리 체계는 여전히 도전 과제다.

OECD 국가들의 사례를 봐도, 커뮤니티 케어나 커뮤니티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지역 돌봄 모델들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공 재정 투입과 사회 서비스 구축이라는 장기적 전략 하에 운영된다. 한국도 단기적인 파일럿 사업에서 벗어나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명확화, 공정한 예산 배분 구조,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 인정 등 제도 전반의 리디자인이 필요하다.

개인의 책임과 공동체의 역할 사이에서

돌봄은 더 이상 가족 혹은 특정 계층의 책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의 고령화와 다양화는 돌봄의 수요를 보편화시키고 있고, 이는 결국 모든 시민이 돌봄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 일이 아니다’라는 거리감, 혹은 ‘전문가가 처리해야 한다’는 위임 의식이 사회적 연대를 가로막고 있다.

이번 서울시 포럼은 돌봄을 공공성과 참여로 풀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서울사회연대경제돌봄네트워크’ 출범은, 각 자치구별로 분절돼 있던 돌봄 실천들이 서로 연결되고 확산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돌봄의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묻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제도 효율이 아니다. 돌봄을 누구의 책임으로 둘 것인가,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복원할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다. 제도는 최소한의 기반일 뿐이며, 돌봄이 ‘삶의 권리’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현장과 시민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결국 변화에 힘을 실으려면, 정부는 사회연대경제의 실험을 정책으로 수렴할 수 있는 유연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고, 시민은 돌봄의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돌봄은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묻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느냐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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