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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수상한 제삿날로 만나는 세대와 기억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수상한 제삿날로 만나는 세대와 기억

기억의 꽃밭에서 피어난 무대 – ‘수상한 제삿날’이 건넨 세대와 삶을 잇는 연극적 위로

어떤 기억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머물다 문득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오는 2025년 8월, 강동아트센터의 조용한 공간을 달굴 음악극 ‘수상한 제삿날’은 바로 그렇게, 익숙한 듯 낯선 제사의 풍경을 통해 세대 간 단절과 연결, 그리고 가족이라는 오래된 이야기의 중심을 되새기게 한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선보이는 ‘수상한 3부작’의 완결작인 이 공연은 ‘기억’을 주제로, 삶과 죽음,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른다. 지나간 시간의 굴곡을 품은 무대 위에서 우리는 지금, 사라져가는 ‘제사’라는 문화적 의례를 통해 무엇을 잃었고 또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깊이 감각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 유산이 된 기억의 무대

‘수상한 제삿날’은 언뜻 익숙하고 소소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초점은 남다르다. 아내의 제사를 홀로 준비하는 노인의 곁,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가꿔온 꽃밭, 그리고 제삿날 외갓집에 나타난 사춘기 손녀의 존재가 조우할 때, 무대는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시간의 틈을 메우는 기억의 장치가 된다.

이 공연의 대사와 음악,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자들의 마음을 전하는 통로가 된다 – 죽은 이를 기억하며 상을 차리는 행위, 그 곁을 지키는 귀신의 존재, 그리고 과거와 화해하고자 하는 살아있는 이들의 눈빛. 제사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온기 있는 ‘기억의 의례’로 재탄생한다.

세대가 품은 질문,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 작품은 단지 ‘추모’를 담은 위로극이 아니다. “내 제사는 누가 지내줄까?”, “제사가 사라지면 나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는 노년의 질문은, 문화적 변화를 살아가는 자녀 세대에게 낯설지 않다.

70·80대 부모 세대에겐 제사가 존재의 연장이자 신앙이며, 가족을 잇는 끈이었다면, 40·50대와 그 이후 세대에게는 삶의 방식과 의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중이다. 공연은 이 세대 간의 인식 차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그 사이 미세하게 오가는 감정을 섬세히 포착한다. 단절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기를, 이 무대는 정성스럽게 건넨다.

예술은 삶의 주기로 흐른다 – ‘아이야’의 창작 여정

‘수상한 제삿날’을 발표한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문화를 누리는 마을’을 꿈꾸는 공동체다. 육아와 생계로 인해 단절되었던 여성 예술인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와 만든 이 창작은 경험과 일상, 그리고 꿈을 연결하는 생애주기형 공연으로 특히 주목받는다.

'수상한 외갓집'과 '수상한 놀이터'를 거쳐 도달한 이 세 번째 무대는 단순한 시리즈의 마무리가 아닌, 다시 돌아보게 하는 감각의 시작점이다. 지난 기억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과 여전히 잇대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온기 있는 문화적 제안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억할 의례, 일상의 무대에서 다시 피어나길

‘수상한 제삿날’은 제사를 부정하거나 상찬하는 공연이 아니다. 오히려 제사의 본질이었던 ‘기억을 대면하고, 마음을 잇는 시간’을 어떻게 오늘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이 정제된 질문 속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의례를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어떤 형식이든 간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연결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조용히 무대의 불이 꺼진 후, 아직 남은 향 냄새 같은 여운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이 공연은 이렇게 속삭인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다시 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바로, 관계의 방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작은 손편지를 써보거나, 사진을 꺼내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부모님과의 오래된 음식을 함께 만드는 순간—그것이 곧 우리의 ‘제삿날’일 수 있습니다.

올해 여름, 당신도 ‘기억’을 공연처럼 다시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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