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의 아프리카 확장 – 지역 성장과 전문성 독점 사이에서
지난 8월,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인 앤더슨 글로벌(Andersen Global)이 보츠와나의 회계법인 AccPro 어카운턴츠를 회원사로 공식 편입하며 'Andersen in Botswana'로 출범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합병 이상의 사회적 함의를 함축한다. 초국적 기업의 아프리카 지역 진출이 점점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글로벌 경제질서 속에서 회계와 세무 서비스를 둘러싼 불균형 구조와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러한 확장은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지역 사회와 세계 시장 사이의 시선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지역 진출, 기회인가 지배인가
앤더슨 글로벌의 보츠와나 진출은 단지 사무소 하나를 늘린 수준이 아니다. 세무 자문, 급여 관리, 기업 비서직무 등 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지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 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전문성을 고도화한다. 이런 다국적 자문기업은 OECD 국가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각국 법인의 리스크 관리와 세무 최적화 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진출과 확장은 한편으로 현지 역량의 독점 이슈, 국가 주권적 세무 권한의 경계 모호화, 지식자본의 역외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동반한다. 특히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처럼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글로벌 조직의 개입이 단순한 “도움”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자문 시장, 선진국 전문성 vs. 개발도상국 필요 사이
전문 자문 서비스의 국제화는 세계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다. 통계청과 UN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중산층 기업 규모는 2030년까지 28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경제 성장과 더불어 회계, 세무, 법률 인프라의 수요도 폭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글로벌 컨설팅 그룹이 선도적으로 진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흐름’이라기보다, 규범과 기준을 선제적으로 설계해버리는 권력 작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앤더슨 글로벌은 2013년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500개 도시, 20,000여 명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규모의 차이는 서비스의 질이 아니라 지식을 통한 통제력의 차이를 만든다. 이는 국제 규제체계가 따라잡지 못하는 중소 경제권에선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지 전문가와 중소기업은 어떤 입장에 놓이는가
보츠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의 실무자들은 종종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놓인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의 네트워크에 편입되어 국제 경험을 축적하거나, 혹은 독립 기업으로 남아 지역성을 유지하되 자원의 제약을 감수한다. 이번 AccPro의 선택은 전자에 속한다.
결국 이는 '지속 가능성'과 '성장의 속도' 중 무엇을 택하느냐에 관한 질문이다. 지역 기반 회계사, 세무사 등이 글로벌 기업의 프랜차이즈형 네트워크에 흡수되며 지역 전문성의 독립성과 시장 다양성이 약화될 위험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 내 정책 결정 및 공정한 조세정의 구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계와 조율의 틀 – 정책이 따라가야 할 디지털 시대의 회계 인프라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이런 글로벌 회계법인의 영향력 확대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조망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세무 투명성 강화를 위한 OECD의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가 그나마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개별 국가 수준에서의 규제와 윤리 강령 재정비가 절실하다.
국내에서도 회계 빅4 기업의 영향력, 내부 통제 및 감사 보고의 독립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다. 특히 중소 회계 firm이나 지방 전문인력 육성 문제는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 및 세제 혜택이 분명한 개선책이 될 수 있다.
작은 실천, 큰 영향 – 지역성과 글로벌 윤리 사이의 균형
이 사건은 단순한 해외 진출 뉴스가 아니라, 지식 서비스 시장 내 권력 분배와 공정성을 묻는 사회적 이슈로 읽힌다. 기업은 "윤리경영"이라는 명제로, 정부는 "지속가능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로, 전문가는 “책임 있는 국제 협업”이라는 실천으로 각자의 위치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보다 나은 회계시장 질서는 단지 대형 로펌의 성장에 있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지역과 업종에서 자생 가능한 전문성이 꽃피울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 속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지식을 제공하며, 누가 그 지식의 기준을 설정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지식을 어떻게 나누고 함께 사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