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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명], 기업회생은 공공자산 보호장치

[업체명], 기업회생은 공공자산 보호장치

기업회생, 실패의 오명이 아닌 공공 자산의 보호 장치 – 파산보다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할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구조적 위기 속에 줄줄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고 있다. 금리 인상, 원자재 수급난, 내수 부진 등 다중적인 위협은 기업의 현금 흐름을 빠르게 제약했고, 이는 고용 유지와 지역경제 안정 측면에서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부실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Stigma)**에 직면하며 기업회생 신청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법적 보호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회생절차는 수치로 여겨지는 현실, 이 제도가 우리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기업회생제도의 맥락: 관리보다 예방, 구조조정보다 낙인 효과

기업회생제도는 제도적으로 2006년 이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도입되었고, 2017년 서울회생법원 개원을 기점으로 수원·부산 등 권역별 회생법원이 확대되며 제도 전문성과 접근성이 강화됐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간이회생 제도, S-track 등 맞춤형 회생 전략이 다양화되었으며, 사전조정제도(P-plan)와 자율구조조정(ARS) 같은 비법원 중심의 회생지원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회생제도에 대한 사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기부채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위기 진입이 빠르지만, 경영자가 회생신청을 ‘패배 선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회생의 골든타임을 잃고 파산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자 간 다른 시선: 채무자와 채권자의 입장차

기업회생은 단지 채무자 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법원은 회생 절차 내에서 채권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회생채권에 대한 공정한 비율 조정과 변제계획을 검토하며, 최종적으로 회생인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물품 대금이나 대출 회수가 미뤄진다는 불안감이 커 ‘회생 반대’가 우선 반응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캠코나 유암코 등을 통한 '매각 후 재임대(S&LB)' 방식이 사용되는 등 이해관계자 간 절충안을 마련하는 방식이 제도에 점차 반영되고 있다. 또한 회생계획의 가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 등도 활용되고 있다.

해외의 기업회생 정책: 경영자의 적극적 의무

국제적으로도 기업회생 제도는 단순한 ‘회피’가 아닌 책임 있는 경제 회복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다. 유엔 UNCITRAL은 회생신청 지연으로 손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회생 절차를 조치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을 수 있도록 입법 가이드를 제시해왔다. 실제로 독일과 영국은 회생신청 의무 위반 시 이사의 민사·형사책임까지 규정하고 있어, 회생은 ‘선택’이 아닌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이와 같은 책임부과제도의 도입 논의가 미약한 상황이다. 단순히 회생신청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회생조치를 미루지 않도록 유도할 제도적 동기 부여(예: 세제 혜택, 신용 보호장치)와 경영상 교육 지원이 절실하다.

회생 제도는 왜 현장에서 주저되는가: 심리적 장벽과 정보 불균형

조기 회생을 통해 부채 구조개선과 고용 유지의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은 여전히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회피한다. 이는 회계·재무 정보에 대한 이해 부족, 법률지원의 비용 부담, 기업 이미지에 대한 우려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최근 로펌이나 자산관리공사 중심의 회생지원 컨설팅이 활발하긴 하나, 여전히 지역 기반 중소기업이나 1인 대표 중기업의 접근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회생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상공회의소 등 지역 조직이 회생절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보 제공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회생은 수치가 아닌 공공 자산 보호의 기회

기업회생은 더 이상 추락 직전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위한 구조조정 전략이 되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과 소비자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 하나하나의 회생은 단순 생존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사업 실패를 감추기보다는 제도적 회생 수단을 조기에 활용하고, 채권자는 손실 최대화 방지 측면에서 회생안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기업 회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를 차단하는 실질적 ‘공공적 회생’이 될 수 있다.

경제는 결국 신뢰 위에 세워지는 구조다. 회생을 택한 기업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건강한 시장의 기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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