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유일한 희망일 때 – 국제교육격차가 던지는 질문들
케냐 마사이마라 지역에 사는 12살 소년 랭구나는 매일 왕복 두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간다. 전기도, 깨끗한 물도 없는 환경에서 장작을 주우며 살아가는 그는 “변호사가 되어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월드쉐어가 펼치는 ‘랭구나에게 학교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캠페인은 단순한 교육 후원을 넘어, 국제사회와 시민이 마주하고 있는 교육 불평등의 구조를 성찰하게 만든다.
교육 기회는 세계 어디에서나 평등한가
유엔개발계획(UNDP)은 교육을 인간개발의 핵심 요소로 정의한다. 하지만, 세계은행(WB)과 UNESCO의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아동의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며, 10명 중 6명은 기초적인 독해력이나 수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방치된다. 이는 단순한 교육시스템의 부재를 넘어, 빈곤, 젠더 불평등, 인프라 붕괴, 분쟁 등 복합적 구조와 얽혀있다.
랭구나의 이야기가 각별한 이유는, 그가 속한 마사이족 공동체 내부의 고유한 전통과 더불어 외부 사회 변화에 제도적으로 배제되어온 역사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집단 내에서 교육은 단지 학교라는 시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공동체의 미래이며, 단절된 사회 참여의 유일한 사다리다.
제도가 미치지 못한 자리에서 NGO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제구호개발 NGO가 진행하는 교육지원 사업은 국가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지속성과 근본적 영향력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월드쉐어는 학용품 지원, 학비 보조,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아동 개별의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차원의 교육 기획이나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빈틈을 ‘보조’하는 형태에 가깝다.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또는 ‘보완적 주체(CSOs)’로 불리며, 다자기구와 지방정부 간 협업을 통해 제도화를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개발도상국에서 NGO는 일시적 외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반시설 및 지역 교사 양성 등 장기적인 구조 개선 전략 없이 단발성 원조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원받는 이들의 존엄과 자립을 위한 시각 전환
국제구호 활동을 둘러싼 반복되는 비판 중 하나는, 후원을 받는 아동이나 공동체가 ‘수혜자’로만 구성되고 그들의 존엄성이 희생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개인이 SNS를 통해 기부 인증을 하거나, 유명인이 아동과 함께 찍은 사진이 소비되는 구조 안에서, 지원의 의미가 ‘상품화된 선행’으로 변질될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케냐 현장을 직접 방문한 유선 친선대사처럼, 교육 격차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진정한 연대를 시도하는 방식은 인간 중심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자선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글로벌 시민의식’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부 중심의 구조에서 ‘교류와 상호작용 중심의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국제교육격차에 응답하는 방법
오늘날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 발달을 기반으로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OECD 국가 중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이 상위권인 한국은, 단순 기부를 넘어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예컨대 개발도상국 대상 원격교육 플랫폼 구축, 교사연수 프로그램 공유, 교육 다국적 기금 참여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국제 교육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더불어, 청소년·대학생·기업의 자원봉사 연계, 시민사회단체와의 매칭 지원, 교육 기회 불균형에 대한 공적 담론 형성 등도 중요한 축이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은 ‘누군가의 꿈이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선택과 공적인 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인간의 권리이자 존엄이다
“학교는 나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랭구나의 말은 단순한 외침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을 던진다. 교육은 과연 누구에게나 주어지는가? 제도는 얼마나 포괄적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교육 불평등 해소는 단기적 후원을 넘어선 포괄적 권리 보장 체계의 전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은 기부자가 아닌 교육권 촉진자의 시선을 가져야 하며, 정책 담당자는 국제교육연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어쩌면 아주 작고 구체적인 응답일 수 있다. 한 아이의 배움에 손을 내밀며, 우리 사회가 그 아이의 미래를 함께 상상해 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