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복지와 사회적경제, 함께 갈 수 있을까 – 지역 기반 협업에서 찾는 지속가능성의 실험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려는 움직임이 현실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최근 경기도와 지속가능경영재단이 주도한 ‘우수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은 사회적경제조직과 지역 복지기관의 협업을 통해 97명의 어르신과 주민에게 맞춤형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목받았다. 이 사례는 단순 복지 제공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기반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진보의 단초를 보여준다.
노인 인구 증가와 제도적 사각지대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3년 기준 전체의 18.4%이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에 비해 노인을 위한 서비스는 여전히 획일적이며 공급 주체 또한 제한적이다. 특히 복지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나 소득 수준이 낮은 노인의 경우, 단순 돌봄을 넘어 지역사회와 정서적으로 단절되는 문제가 동반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도적 대안을 실험한 사례로, 기존 공공 복지 제도가 포착하지 못한 생활 속 불편과 정서적 단절을 민과 관의 협업으로 해소하고자 한 것이 그 특색이다.
복지와 사회적경제, 낯선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
‘사회적경제조직+복지기관’이라는 구조는 개인적 서비스를 넘는 공동체 기반 접근법이다. 폐현수막을 활용한 가방 만들기, 일상 공간의 방역, 손목 보호대 지원 등은 대상자의 일상과 연결된 소소하지만 직접적인 필요에 응답한다. 동시에 환경 보호, 치매 예방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복지 안에 녹임으로써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참여한 어르신들은 단순 수혜자가 아닌 활동의 주체로서 역할하며, 창의력 발휘와 관계 확장을 경험했다. 이는 "복지"가 더 이상 하향식 서비스가 아니라 주체성이 강조된 상호작용적 서비스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시민과 정책 사이의 거리 좁히기 – 현장성과 제도화의 간극
이번 시범사업의 시사점 중 하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역량 또한 복지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기존 복지 제도는 보편성과 효율성에 집중해 개인의 다층적 욕구를 다루는데 제한이 있었다. 반면 사회적경제조직은 지역 밀착형 서비스와 참여 기반 활동에 강점을 지닌 주체다.
다만 이 모델이 제도화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사회적경제 주체의 지속적인 성장 지원, 이를 반영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제도 정비,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촘촘한 행정 연계가 그것이다. 참여 주체 간 신뢰 구축, 표준화된 서비스 평가 지표 등도 체계화되어야 실질적 확산이 가능하다.
작은 협력이 만든 새로운 기준
고령화와 사회적 연결의 단절, 환경 문제, 복지 사각지대라는 각기 다른 문제들이 복지라는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융합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보여진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 제공량을 늘리는 것이 아닌, 어떤 가치와 방식으로 복지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제도는 느리고 제한되어 있지만, 공동체와 시민사회 내의 실험과 협업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이 시범사업은 그 작은 실험이 정책 전환의 영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발휘한 사례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좋은 모습’의 시범사업에서 ‘확산 가능한 모델’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선 각 지역에 맞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민 참여를 제도적 설계 안에 포섭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 사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복지란 무엇인가? 책임지는 조직만으로 가능한가, 아니면 지역사회 전체의 작동 방식에 달려있는가. 제도 밖의 가능성을 제도 안으로 들여오는 힘, 그것은 기업, 복지기관, 시민 모두의 몫이자 공동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