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지속 가능한 농업 투자, 지금이 골든타임 – 미국 SARE 프로그램이 주는 시사점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붕괴로 식량 생산 기반이 흔들리는 지금, 미래 세대가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누릴 수 있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선진국들의 대답은 명확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가 지속 가능한 농업 연구·교육 프로그램(SARE) 예산을 전격 집행하면서, 늦게나마 농업 환경 전환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SARE는 1988년부터 운영돼 온 미국의 대표적인 농민 주도형 연구 지원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지역 기반의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온 모델입니다. 이번 결정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약 400명의 농민과 목장이 실질적인 연구 자금을 받고, 수천 명의 연구자, 학생, 교육 전문가가 참여하는 중장기 농업 전환 프로젝트가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농민이 직접 주도하는 연구의 힘
SARE는 “정책보다 농민의 현장 경험이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원칙에서 출발합니다. 예산을 지원받은 농민과 목장주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토양 보전 기술, 비화학적 병해충 관리, 지역순환 기반 농업 등 실질적인 해법을 현장에서 직접 연구합니다. 이와 같은 ‘농민 중심의 참여형 연구’는 연구 결과가 현장에 곧바로 적용되어 빠르게 확산되며, 지역 특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SARE 지원을 받은 농가들은 평균적으로 30~50%의 농약 사용량 감소와 20% 이상의 토양 유기물 증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적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제도적 투자 필요성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항상 순조롭지만은 않다는 점입니다. 올해 SARE 기금의 경우, 예산 지출이 통상보다 6개월이나 늦어졌고, 그 사이 수백 개의 지역 프로젝트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습니다. 이처럼 행정 절차나 정치적 영향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정책이 정체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은 결국 작은 농민과 지역 공동체입니다. 식량 주권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전 세계 농업 관련 정책연구기관(예: FAO)은 “정부의 일관된 지원과 안정적 투자 없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농민이 주도하고, 지역과 생태계를 중심에 두는 정책 우선순위 전환이 시급합니다.
한국 농정에 던지는 함의
한국의 경우, 농업 예산 중 연구개발(R&D) 비중은 해마다 감소세이며, 친환경농업 예산은 전체 농업 예산의 2%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와 달리 SARE는 매년 수천 명의 농민이 실제 참여하고 실질적 자치 역량을 기르는 장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농업의 생태적 전환은 행정 주도가 아닌 농민 참여형 구조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는 실행 가능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화석연료 기반의 대량 생산 농업 관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생태를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할 것인지 말입니다.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 유기농 인증 제품 선택,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생활, 친환경 농업 정책을 지지하는 서명, 연구기관 및 시민단체 후원 등이 우리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한 『우리 밥상은 어떻게 지속가능해지는가』(성미산 마을 책방), 다큐멘터리 <지구를 위한 식탁> 등 믿을 수 있는 자료를 통해 더 깊이 고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기술이 아니라 문명의 전환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미래 먹거리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시간입니다. 미국의 SARE가 보여준 것처럼, 농업의 생태적 회복력은 바로 현장과 작물, 흙과 농민 안에 있습니다. 그것을 믿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가 미래 세대에 줄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선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