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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식탁의 조건

지속 가능한 식탁의 조건

가축 전염병부터 밀 한 톨까지, 식량 체계 속 환경 위기를 되짚다 –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밥상을 지키는 길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농장의 현장을 살피다 보면 농업은 단지 식량을 생산하는 분야를 넘어서, 생태계 보호와 기후 대응, 국민 건강을 지키는 핵심 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BBC의 [Farming Today] 프로그램은 축산 질병 통제부터 환경재정, 밀 한 알의 여정을 추적하며, 식량 생산의 전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환경과 직결되어 있는지를 조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농업과 환경의 연결고리를 짚고, 지속 가능한 농업이 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지 살펴봅니다.

가축 질병, 국경의 정치가 아닌 생태계의 문제

영국 정부는 현재 블루텅(bluetongue)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염소 및 소 등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 바이러스는 웨일즈와 스코틀랜드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지역 간 대응방식의 차이로 인해 농가 간의 갈등과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질병은 단순히 국경에서 멈추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질병 매개 해충의 북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가축의 건강, 나아가 인간의 식량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이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가 경고한 바와 같이, 기후에 취약한 가축 중심 농업의 구조적 재편을 요구하는 경고 신호입니다.

환경 예산 삭감, 생태 농업의 위기일까 기회일까

이번 영국 정부의 재정 검토에서 환경 관련 예산은 우려만큼은 줄지 않았습니다. 2025년까지 £27억(한화 약 4조6000억 원)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자연 회복에 사용될 예정이며, 일부는 수해 방지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환경청(Natural England)과 같은 독립 기관 예산은 감축되어, 현장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경우와도 닮았습니다. 2022년 우리나라 환경부의 환경농업 예산은 전체 농업예산의 1.6%에 불과했으며, 이에 따라 유기 농지 확대와 친환경 농법 인센티브 지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은 정책 우선순위와 자금 흐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밀 한 톨의 여정, 우리가 놓친 농업 생태계의 복잡성

Farming Today는 하나의 식빵이 만들어지기까지, 종자 개발에서 밀 재배, 제분소(Flour mill)까지의 여정을 통해 산업 내 복잡한 연결고리를 조명합니다. 종자 선택에 따라 토양 건강, 화학비료 사용량, 작물의 병해충 저항성까지 달라지는 현실은 농법이 단순히 생산량 경쟁이 아닌 장기적 생태계 회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실제로 보건환경연구원이 202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밀 재배지 중 37%가 합성농약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미생물 다양성 파괴로 이어지며 토양 생산성을 장기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유기 밀 생산지에서 토양 유기물 함량은 관행농에 비해 약 1.4배 높게 측정됐습니다.

농민도 환경관리자다 – 전환을 위한 협력 필요

BBC 보도에서도 드러나듯, 많은 농민들은 지속 가능한 전환에 참여하고자 하지만 도시 소비자, 정부, 유통업계와의 단절된 구조 속에서 외롭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농민 중 92%가 소규모 영농인이며, 지속 가능한 농법을 적용할 여건이나 정보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역할은 단순 소비를 넘어, 건강한 농업을 지지하는 환경정치의 주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로컬푸드 구매, 친환경 인증 농산물 선호, 농민조합 직접 후원이 그 시작입니다. 세계은행은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지역 기반 농산물 시스템이 기후 위기 및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밥상을 위한 행동 가이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쌀 한 톨, 빵 한 조각, 우유 한 컵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 다시 질문해야 할 때입니다. 블루텅 병은 단순한 가축 질병이 아닌, 기후 변화와 글로벌 식량체계를 위협하는 징후이며, 재정 정책은 생태농업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좌우합니다. 그리고 농식품 시스템의 실제 구현은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풀뿌리 연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4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1. 친환경 인증 농산물(무농약, 유기)을 선택적으로 구매하기

  2. 지역 농산물 직거래장터 또는 로컬푸드 직매장 이용하기

  3. 친환경 농업 확대를 위해 관련 입법 및 정책 지지 서명 운동에 참여하기

  4. 아래 추천 도서 및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식탁의 진실을 깊이 이해하기:

    • 다큐: 『Kiss the Ground(2020, 넷플릭스)』
    • 책: 『다시 흙으로(정남순 저, 2022)』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생태계의 일원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 조건입니다. 오늘 식탁 위의 음식을 바라보며 우리의 연결된 미래를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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