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중독, 감정에서 시작된다 –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예방 전략
중독은 단순히 특정 행위를 억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중독은 자신도 모르게 자아를 형성하고 삶의 위험요인으로 자리할 수 있다. 최신 정신건강 트렌드는 '억제'보다는 '이해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시범 운영 사례는 이런 전환점을 잘 보여준다.
이틀간 운영된 이번 프로그램은 수강명령이라는 제도적 처분을 받은 청소년 9명을 대상으로, 연극치료와 신체 활동을 결합한 독창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순히 '하지 말라'는 훈육을 넘어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감정, 습관, 관계를 탐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지닌다.
청소년기, 감정과 행동이 만나는 지점
우리 뇌의 전두엽은 충동 조절과 계획 수립 등 중추적인 기능을 맡는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혹이나 감정 기복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자아정체성이 자리 잡아가는 시점에서 외부 스트레스 요인이나 학대, 소외감은 중독으로의 경로를 빠르게 만든다.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자. 단순한 무료함일까, 혹은 감정적으로 어려운 무엇인가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연극치료, 감정을 꺼내 말하는 새로운 언어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연극’을 통한 자기 표현이다.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등장인물에 빗대어 말하고, 갈등 상황을 연기하며 무대 위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게 된다. 이는 행동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데 높은 교육 효과를 발휘한다.
한 참여 청소년은 “말로 표현해 보니 내 생각이 더 와 닿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것이 바로 예방의 시작이다. 중독은 단절의 공간에서 자라지만, 표현과 관계는 회복의 공간을 제공한다.
자기조절력, 중독 예방의 핵심 키워드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 전략에서 자기조절 능력을 가장 중요한 예방 요소로 꼽는다. 욕구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탄탄해야, 스트레스를 중독에 의존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신체 이완, 대본 리딩, 역할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뇌와 몸, 감정을 통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즉각적인 극복보다는, 반복적인 자기이해와 감정 표현을 통한 정서 회복의 기반을 다진다.
예방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강의형 예방교육은 일회성에 그친다. 하지만 감정은 매일 움직이고, 유혹은 일상 속 어디서든 존재한다. 감정을 점검하고 관계 안에서 교류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경험이 반복되어야 진짜 힘을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서대문구의 이번 시범 교육은 ‘삶 속에서 작동하는 중독 예방 모델’에 가깝다.
일상에서 시작하는 실천 팁
- 하루 1회,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보기
- 유혹 상황에서 ‘나는 왜 이것을 하고 싶을까?’ 자문하기
- 스마트폰 사용 시간 체크 앱 활용하기
- 감정 교류가 가능한 친구 혹은 어른 만나기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단순히 병이나 중독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의 신호를 인식하고,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며, 다시 연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변화는 아주 작지만, 그것이 모여 건강한 미래를 만든다. 지금, 오늘의 감정을 마주할 용기를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