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시대, 토양 속 생명은 살아있는가? –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인도 농법 실험이 한국 농업에 주는 교훈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밀은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고 있을까요? 기후변화, 토양 황폐화, 자원 고갈이 심화되는 시대에, 지금의 농업 방식이 과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땅과 먹거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인도 인도갠지스 평야에서 수행된 대규모 연구가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을 위한 중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현지 사안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농업과 먹거리 시스템에도 큰 함의를 가집니다.
이 연구는 전통적인 논밭 태우기 방식 대신 ‘푸사 분해균(Pusa Decomposer)’이라는 생물학적 퇴비 촉진제를 통해 벼·밀 이모작 시스템에서 토양 인(phosphorus)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그 핵심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농작물 찌꺼기 태우기의 대가는 무엇인가?
지금도 인도 북부의 대부분 농가에서는 벼 수확 후 밀을 심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논에 남은 볏짚을 불태워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 한 번의 불씨는 단순한 농사 편의성을 넘어, 매년 약 45만 톤의 질소, 14만 톤 이상의 인, 84만 톤의 칼륨을 대기 중으로 날려보내는 환경 재앙을 초래합니다. 이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토양 산화, 유기탄소 파괴 등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축적됩니다.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동시에 우리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침식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 '푸사 분해균'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대안 농법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볏짚 퇴비화가 아니라, '미생물을 활용한 분해촉진'입니다. 인도 농업연구소가 개발한 푸사 분해균은 리그닌 등 퇴비화가 어려운 고질 성분까지 빠르게 분해할 수 있도록 고안된 미생물 조합입니다. 실험에서 이 균을 도입한 후 볏짚을 땅에 갈아엎은 처리구에서는 식물에 바로 흡수 가능한 수용성 인 (labile P)과 미생물 활성도(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활성)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표토(0~5cm)층에서 그 효과는 더욱 확연했으며, 이는 곧 비료 의존률을 낮추고 장기적인 토양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 토양 속 인의 가용성 증가로 농업생산성 향상
인(P)은 토양에서 가장 가용성이 낮은 필수 영양소 중 하나로,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식물이 흡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미생물의 분해 활동은 복합 유기태 인을 식물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빠르게 전환시키는 데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푸사 분해균을 사용한 전처리(볏짚의 토양 내 갈무리 + 균 투입) 방식은 고정화돼 있던 인 성분을 풀어내어, 인산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농업에서 인 비료 수입 의존률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점은 식량 주권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 미생물의 숨결이 살아있는 건강한 흙 만들기
이 실험에서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토양 속 생물학적 활동의 활발한 회복입니다. 특히 분해균 처리구에서 글로말린(glomalin) 단백질이 증가했는데, 이는 뿌리 주변의 토양 집합체 안정성과 탄소 저장을 강화하며, 토양 생물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산소 없는 무기적 농업에서 생명력 있는 유기적 농법으로 나아가기 위한 미생물 기반 통합관리(multifunctional soil microbiome)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결과입니다.
🧭 한국 농업이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
이 연구는 기술 대단위 적용보다 ‘토양 생태계 복원’이라는 근본적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비단 인도뿐만 아니라, 비료와 농약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한국 농업에도 동일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지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지역 퇴비화 장려 및 볏짚 태우기 반대 운동에 동참하기
- 유기농 인증 및 친환경 인증 식품 소비 확대하기
- 지자체의 로컬푸드 직매장 이용하기
- 미생물 기반 자연농약 및 토양개량제 활용을 정부 정책으로 확대 요구하기
- 『흙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다큐멘터리 <지구의 밥상> 등 정보 자료를 참고하고 주변에 알리기
지속 가능한 먹거리의 미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우리의 밥상은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땅의 모습입니다. 지금, 올바른 방법으로 농사짓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