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뮤직, 장애예술의 공공성 실험

툴뮤직, 장애예술의 공공성 실험
툴뮤직, 장애예술의 공공성 실험

장애 예술의 공공 가능성을 묻다 – 무대로 확장되는 사회통합의 실험

예술이 단지 아름다움의 영역일까, 아니면 사회를 바꾸는 힘일까. 피아니스트 이훈의 독주회 ‘왼손으로 그리는 무한한 음악’은 이 질문에 진지하게 응답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된 채 왼손으로 무대를 다시 밟은 예술가의 실화는 감동적인 개인 서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의 지향점을 묻는 새로운 기준선을 제시한다.

예술과 복지의 접점 – 제도 밖에서 생겨난 변화

이훈의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활동을 기반으로 탄생한 장애인예술단, 팬 사인회, 신간, 그리고 장편 영화 제작 소식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은 일종의 ‘사회적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툴뮤직 등 사회적기업의 참여는 기존 복지제도가 포착하지 못한 예술 분야에서의 장애인 역량 계발과 고용 연결의 빈틈을 메우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특히 중증 장애인 음악가 10명을 지샘병원이 실제 채용했다는 사실은, 문화예술이 단지 상징적 통합의 메시지를 넘어서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에서 여전히 제도화되지 않은 ‘예술복지’ 영역의 공백을 민간 주체들이 유연하게 채우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시민과 예술가 사이, 사회적 시선의 균열

그럼에도 예술계의 장애인 대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전문 예술 활동 중 장애인 참여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문화예술에 접근할 권리와 그 안에서 활동할 기회는 크게 다른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많은 비장애인 관객들에게 이훈의 무대는 ‘특별한 감동’이자 ‘용기의 이야기’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음악인으로서의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바람을 공유한다. 예술가를 보는 ‘장애 극복 서사’의 프레임은 오히려 예술의 본질을 가리는 이중적 시선일 수 있다.

이 문제는 관객, 정책 담당자, 언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장애 예술가를 비장애 기준에서만 ‘극복의 아이콘’으로 소비하는 습관은 오히려 사회통합을 가로막는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했고, 지금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예술정책은 일부 창작 지원 사업과 문화누림카드 같은 소비권 지원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자립 기반이나 전문 역량 육성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영국의 'Unlimited', 미국의 'National Arts and Disability Center'와 같은 장애 예술 전담 기관들은 예술가로서의 성장 경로를 체계화하는 데 주력한다. 단지 생활 복지의 일환이 아닌, 문화경제 내 고유 분야로서의 장애인 예술 기반을 사회 구조 내에 정착시키는 접근이 주목할 만하다.

툴뮤직처럼 장애 예술가들의 매니지먼트와 교육, 공연 기획을 통합해 지원하는 모델은 제도적 전환의 선도사례다. 이를 제도 안으로 어떻게 편입시키고 확산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공공성과 개별성 사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질문들

이훈의 사례는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과, 그 안에서 소수자가 어떻게 중심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사례가 소수이기에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가능성을 외면해온 결과인지 자문해보게 만든다.

우리가 일상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명확하다. "내가 보는 전시와 공연, 내가 만나는 콘텐츠 속엔 다양한 신체와 삶이 존재하는가?" "내가 소속된 시민사회, 학교, 기업은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요약하자면, 문화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힘이다. 예술이 만들어낸 틈새에서 공공성이 탄생하고 있다. 이제 정책은 그 틈을 넓히고 제도화할 준비가 되어야 하며, 시민은 그 과정을 응시하고 동참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예술은, 결국 나와 타인의 경계에서 다시 사회를 배우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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