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만든 아이돌, 시대를 역주행하는 감각 – 팬픽 시즌2가 던지는 참여의 미래
한때 아이돌은 신비로움으로 무장한 존재였다. 번듯한 소속사, 철저한 기획, 무대 위에서만 볼 수 있는 인형처럼 완벽한 이미지. 그러나 이제 팬들은 더 이상 무대 아래의 관객으로만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스타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아이돌을 만들고 싶어하는 시대. 2025년 가을, 우리 앞에 도착한 K-POP 오디션 프로그램 <팬픽(FAN PICK)> 시즌2는 바로 그 욕망에 응답한 프로젝트이다.
팬픽 시즌2는 단순한 오디션 이상이다. '100% 팬메이드'라는 선언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시대의 감성을 대변한다. 참가자의 선택부터 스타일링, 콘셉트, 미션까지 팬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이는 단순한 투표권을 넘어, 제작과정에 깊이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공동 창작’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게임처럼 아이돌을 육성하는 시대
팬픽 시즌2의 구상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과 닮아있다. 팬들은 참여자를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짜고 방향을 설계하며 함께 성장하게 된다. 이 구조는 단지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방식이 일방향에서 쌍방향을 넘어, ‘참여 그 너머’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지원할 수 있는 이번 온라인 오디션은, K-POP이라는 장르가 한국을 넘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이 열린 구조 안에서 팬들은 단지 ‘서포터’가 아닌, 창작의 공동 주체이자 서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동시대의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간다.
기획자는 물러나고, 팬이 연출하는 스타의 서사
프로젝트에는 SM, 큐브 등 K-POP의 초석을 다진 기획자들이 총괄에 참여해 무게감을 더했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 또한 바뀌었다. 이제 그들은 ‘창조자’가 아니라, 팬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흐름을 조율하는 큐레이터다.
이는 과거 스타 메이킹 시스템의 권력이 소비자, 즉 팬에게 이양되고 있다는 또렷한 문화 지표다. 한류 열풍 이후 세계를 가로지른 K-POP의 구조가 다시 ‘수직에서 수평’으로 글러 나아가고 있다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팬픽은 K-POP이라는 장르가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감수성을 담아내는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스타를 만드는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
팬픽의 등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스타란 무엇인가?” “누가 스타를 만들고, 무엇이 문화를 유통시키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단지 연예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관찰자’로만 머물고 있는가? 혹은 스스로 ‘연출자’가 될 용기를 가졌는가?
소비 뒷면에 감춰진 능동성, 취향과 가치의 투표,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삶, 혹은 시대의 정서를 바꾸는 힘. 문화는 결국,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지금, 내 삶의 팬픽을 제작해보자
문화는 감상이 아니라 개입과 삶의 재구성이다. 팬픽 시즌2처럼, 우리가 어떤 삶의 ‘콘셉트’를 선택하고, 누구를 응원하며, 어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지 자문해 보자. 한 번쯤은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주연인 서사를 써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팬메이드 라이프일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이 키우고 싶은 ‘인생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팬픽이 보여주는 감각과 의지를 발판 삼아, 우리의 삶에도 참여와 창조의 서사를 새겨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