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샌드박스를 넘어 글로벌 금융허브로 – 사우디의 전략에서 배우는 미래 금융 인프라 구성법
전통적인 석유 중심 경제 구조에서 다변화를 추구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중동 지역의 핀테크 허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 자본시장청(CM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MA 핀테크 랩에 등록된 기업은 2025년 2분기 기준 50개, 이 중 36개 기업이 이미 본격적인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총 68건의 실험 허가(Experimental Permit)가 부여된 배경에는 CMA가 구축한 규제 혁신 기반, 비전 2030의 금융허브 전략, 그리고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와 경쟁하기 위한 체계적 인프라 설계가 자리합니다.
이 글에서는 사우디 모델의 구조적 접근을 중심으로, 국내 자산관리 전략과 금융기관의 혁신 방향성 제시, 그리고 규제와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금융 혁신의 조건을 살펴보겠습니다.
1. 규제 샌드박스에서 자생 생태계로: 사우디 핀테크 전략의 핵심
CMA 핀테크 랩은 단순한 규제 유예 공간이 아닙니다. 사우디는 이 랩을 통해 기술 주도형 자본시장 구조를 시험하는 **통제된 실험 환경(controlled environment)**으로 정의했습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소셜 트레이딩, AI 기반 자문 서비스 등 고도 디지털 금융 기술을 핀테크 기업이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주목됩니다.
이는 한국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제도’나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명확한 졸업 요건과 실제 유통시장 진입 경로 확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단순 기술 실험이 아닌, 자본 유통과 금융 접근성 개선까지 고려된 모델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2. 디지털 자산 다양성 확대 – 투자 플랫폼과 개인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 유도
사우디의 핀테크 생태계는 단순 대출이나 송금에 머물지 않고, 투자 펀드 중개, 부동산 자산 유통, 채권·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등 직접 금융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는 고성장 중인 MZ세대의 포트폴리오 분산 니즈와도 맞물리며, 금융 소비자의 자산 접근성과 투자자 주도형 금융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시장의 25세~40세 소비자 중 60% 이상이 단일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기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자산을 병렬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이처럼 플랫폼 기반 자산 분산 투자 채널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은 향후 국내 자산관리 플랫폼의 진화 방향성에도 힌트를 제공합니다.
3. 정책 주도형 금융생태계 – CMA의 ‘명확한 규칙 – 민간 실험’ 전략
사우디는 CMA 전략 2024~2026을 통해 명확하고 안정적인 **규제·지침(Rules-based Governance)**과 핀테크 기업의 민간 주도 실험을 병행하는 병렬 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외국계 핀테크의 유입도 장려하고 있으며, 특히 AI 기반 Advisory, Social Trading, ESG 종합 평가 플랫폼 등 고위험·고수익 모델의 프로토타이핑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전례 드문 사례입니다.
한국의 금융 스타트업 시장은 여전히 ‘서비스 개시 후 규제 대응’에 몰입되기 쉬운 생태인데, 사우디처럼 초기 비즈니스 모델 설계 단계에서부터 규제 기관 및 투자자와의 포맷 설계가 가능한 프레임워크는 혁신의 ‘속도’와 ‘위험관리’의 균형을 제공해줍니다.
4. 자산관리자와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전략 포인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전략적 의사결정을 준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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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투자자 및 금융기관은 사우디형 핀테크 모델처럼 규제 적합성과 기술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 설계 능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특히 비상장 자산 거래플랫폼, ESG 연계 투자 채널, 자동화 자문과 같은 하이브리드 상품 설계에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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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는 로보어드바이저, 분산형 포트폴리오 운용, 사회형 거래(Social Trading) 등을 적극 탐색하되,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적합성 및 사용자 보호 정책 여부를 '핵심 점검 요소’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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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책 기획자는 CMA 사례처럼 중립적이고 검증체계가 있는 테스트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고, 한국형 핀테크 밸류체인을 벤처 자본, 플랫폼 기술, 자본시장기능과 연계해 제도 설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무리 정리
사우디아라비아의 핀테크 정책은 단순한 IT 산업 육성을 넘어, 자본 유통 구조의 디지털화, 규제 리스크의 시스템화, 글로벌 자본과의 연결이라는 3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총체적 접근 방식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새로운 자산관리의 문법을 제시하며, 국내 금융 소비자와 기관 모두에게 전략적 인사이트와 전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앞으로의 금융은 기술과 규제, 투자자와 플랫폼이 "투명한 룰과 제어된 실험 환경에서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누가 먼저 설계하는가"에 따라 경쟁력이 판가름날 것입니다. 지금은 그 설계도를 배워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