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 신탁의 부상 – 고령화 시대 자산승계 전략의 전환점
최근 하나은행과 메트라이프생명이 체결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활성화 업무협약’은 단순한 금융 상품 제휴를 넘어,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가계 재무 구조 변화와 고도화된 자산관리 수요에 대한 금융권의 전략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산승계 메커니즘의 변화: 신탁의 재조명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 지급 권리를 신탁으로 이전하여, 수익자에게 정해진 조건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한 보험금 수령 절차를 넘어, 상속 분쟁 방지와 수익자의 생계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맞춤형 부의 이전 방식으로, 선진 자산관리국가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고령 인구 비율이 2022년 기준 17.5%로 상승(통계청)**하고, 향후 2035년에는 25%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퇴 이후 자산의 효율적 이전과 지속 가능한 소득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하나은행의 이번 행보는 신탁을 단순한 사후 자산설계 도구에서 생애재무계획의 전략적 축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융소비자의 기대가 바뀌고 있다
MZ세대조차도 부모 세대의 자산 이전 문제를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단순 상속’이 아닌 ‘분쟁 최소화·지속 가능성·세무 리스크 관리’ 등 포괄적인 자산 승계 솔루션에 대한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신탁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신탁 제도는 후견·인출통제·지정 수익자 설정 등의 제약 조건을 통해 금융 사기 또는 돌출 소비 등으로 인한 자산 손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고령층의 인지 저하·비대면 금융 환경에서의 취약성 보완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장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융 플랫폼의 경쟁 구도 속 신탁의 전략적 가치
기존에 사모형 상품, 펀드, 예금이 중심이었던 자산관리 시장에 있어 신탁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고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수단입니다. 이는 핀테크 기반 PB 서비스나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이 당면한 법적·신뢰성 리스크의 보완재로 작용하며, 특히 고액 자산가 및 시니어 고객층을 대상으로 고차원적 자산설계 니즈에 부합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하나은행은 2010년 유언대용신탁을 국내 최초 도입했으며, 이후 ‘내 집 연금’, ‘하나 골드신탁’ 등 고령사회를 겨냥한 특화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신탁시장에서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사망 후 단계’를 넘어 ‘보험 수익권의 유동화·안정적 지급’이라는 프로세스를 접목함으로써 Law-tech 기반 자산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됩니다.
제도·정책과의 정합성 확보도 관건
현재 국회와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신탁 활성화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며,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등록 절차 간소화·디지털 기반 신탁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BIS 보고서, ‘Fiduciary Regulation & Aging Society’, 2023).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이 신탁을 자산관리 핵심축으로 삼는 전략에 정책적 확신을 더해주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지금 우리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부의 주기적 흐름과 삶의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패시브 인텔리전스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자산관리 전략은 이제 ‘얼마를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키고 분배할 것인가’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재무 설계 단계에서부터 상속, 증여, 생애 후반기 현금 흐름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설계해야 하며, 신탁은 이러한 전략의 기둥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업 종사자 입장에선: 보호금융, 민감정보 처리, 약정 구조 설계 등과 연계된 복합 금융솔루션을 기획해야 하며, IT와 결합된 디지털 신탁관리 서비스 구축이 필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정책 설계자라면: 고령화·1인가구 확대로 인해 폭발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리스크 대응을 위해, 신탁의 법제화 정비와 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 시급합니다.
궁극적으로, 신탁은 고객의 인생을 보호하는 ‘금융의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이 신탁 혁신의 흐름을 우리는 단순히 금융 상품의 다양화가 아닌, 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재무 인프라 혁신의 시작점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