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과 디지털 대응 사이 – 하나은행의 전략적 제휴로 읽는 금융산업 변화
금융산업의 지형이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전통 은행들이 단순한 금융거래 창구를 넘어 ‘사회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간의 최근 주거래은행 업무협약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매우 상징적인 사례다. 이번 협약은 디지털 금융서비스와 포용금융, 그리고 ESG 실현이 유기적으로 엮인 전략적 파트너십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과 고령층 맞춤형 전략의 결합
협약의 핵심은 모바일 브랜치를 전용으로 개설하고, 지점 방문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손쉽게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비대면 금융 인프라 제공이다. 이는 고령층 참전 유공자와 전역 군인 등 금융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에 맞춘 디지털 포용금융 전략이며,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모바일 금융 이용률은 2020년 기준으로 약 27% 수준이었다. 이는 디지털 기반 금융이 보편화됨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층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은행은 이러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려는 한 축으로서, 디지털 전환과 복지 확대라는 이중 목표를 동시 추구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의 전략적 포지셔닝 변화
과거 ‘주거래은행’ 개념은 주로 법인, 공공기관의 자금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최근의 금융 시장에서는 주거래 관계의 질적 확대와 소비자 생애주기를 고려한 장기 파트너십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금관리 전담은 물론, 신용대출 우대,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체류 기간을 높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기 실적 중심의 판매 관행을 넘어서,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연계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특히 MZ세대를 넘어 중장년, 고령 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세대별 포트폴리오 차별화 전략 실행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ESG 가치 실현: 금융기관의 새로운 성장축
주목할 점은 이번 협약이 단순한 금융 혜택 제공에 멈추지 않고, 지역사회 봉사 활동 참여와 ESG 공동 실천이라는 비재무적 요소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트렌드는 뚜렷하게 관찰된다.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ESG를 중점 전략으로 도입한 금융기관의 5년 평균 총주주수익률(shareholder return)은 그 외 기업 대비 약 3~5%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움직임은 지속 가능성과 신뢰를 자산화하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적용되며, 공공성 기반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ESG 수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금융소비자 행동 변화와 정책적 연계
내부적으로 정부는 2024년부터 ‘고령층 금융 포용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전국적으로 ‘찾아가는 금융교육’ 및 ‘디지털금융 튜터링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컨설팅 제공 역시 바로 이러한 정책 흐름과 일맥상통하며, 금융기관이 정책 실행자 역할까지 확장하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사례는 금융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재설계를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결국 브랜드 신뢰도 제고와 리테일 금융시장 점유율 확보의 교차점에서, 금융기관은 점점 더 서비스 혁신과 사회적 기여를 병행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
전략적 시사점: 금융기관과 소비자 모두의 기회
이번 협약은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미래형 금융의 축소판이라 해도 무방하다. 단순한 고객 유치가 아닌, 세대 맞춤형 포용 전략, 디지털 인프라 확대, ESG 연계 모델 등 다층적 금융 트렌드가 집약되어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타입의 협약은 장기적으로 생활 밀착형 금융혜택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 조직 및 정책 담당자에게는 제도 설계 시 금융기관-공공조직 간 연계의 활용 방식에 대한 유의미한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협약이 반복적 단일 거래를 넘어 신뢰 기반 금융 생태계 형성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이 기술과 ESG, 정책을 동시 내포하는 시대에서, 하나은행의 전략은 우리 모두에게 금융의 사회적 가치와 실용성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