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청, 전통문화로 여는 글로컬 교육

여주시청, 전통문화로 여는 글로컬 교육
여주시청, 전통문화로 여는 글로컬 교육

외국인 유학생과 전통문화의 만남 – 향교가 던지는 질문, 지역과 세계의 연결 가능성

최근 여주시는 ‘2025년 향교서원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선비의 배움터, 여주향교’를 운영했다. 이는 외국인 20여 명이 유생복을 입고 향교를 체험하며 선비정신과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는 일종의 문화 공공교육이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단순한 관광 체험을 넘어 문화유산이 국경을 넘어 소통과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문화자원의 공공성 회복 – 향교는 누구의 공간인가

향교는 고려와 조선시대 지역 유학 교육기관이자 의례 공간이었다. 근대 이후 사회가 서구 중심의 교육제도로 재편됨에 따라 향교와 서원은 기능이 약화되었고, 많은 경우 지역 주민에게조차 잊힌 문화유산이 되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주도하는 '향교·서원 문화유산 활용사업'은 이들을 단순한 유물 보존이 아닌 '살아 숨 쉬는 학습과 공론의 장'으로 되살리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여주시의 이번 프로그램은 그러한 제도적 흐름에 부합하는 사례다. 특히 영릉 탐방과 거문고 연주 체험, 사군자 책갈피 만들기 등은 일회적인 관광에 그치지 않고, 문화를 살아 있는 배움으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실험이었다. 전통은 단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되어야 할 ‘지속가능 자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참여 – 글로컬 문화교류의 출발점

한국에는 2023년 기준 약 18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체류하고 있으며, 이들은 학업 외에도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요구받는 중요한 사회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문화체험은 한식 만들기 또는 K-POP 관람 같이 다소 피상적인 콘텐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여주향교 프로그램은 공적 공간에서의 규범 교육과 예절 체험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 눈에 띈다. 즉,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관광적 소비’가 아닌 ‘지역과 문화를 연결하는 시민 교육’으로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가자들이 ‘유생복을 직접 입고 예절을 배웠다’는 경험담은, 문화 체험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 이해와 정체성 교육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사회와의 접점 – 전통문화는 누구와 이어질 수 있는가

다만,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라는 점은 문화재 활용의 고립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향교는 그리 친숙한 공간이 아니다. 지역 교육과 문화가 분리된 채 외부인을 유인하는 기획에만 머문다면 제도적 지속성에 한계가 생긴다.

문화유산 활용사업이 지역 사회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청소년 교육·시민단체 협업·지속적인 주민 참여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교류 구조가 필요하다. 유학생만이 아니라, 지역 중고생이나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까지 확장된다면, 향교는 보다 포용적 문화 허브로 재정의될 수 있다.

향교 재해석은 전통을 활용하는 새로운 시민성을 요구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누구와 나눌 것인가?” 여주향교 사례는 전통 문화가 일방적 계승이 아니라, 새로운 시민감을 형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적으로는 문화재 활용사업이 한시적 기획에 그치지 않도록, 교육과 복지 분야와의 연계, 지속적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우리 주변의 문화자원이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를 보다 주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주향교에 모인 외국인 유학생들처럼, 우리의 일상도 전통과 연결되고 다시 누군가와 공유될 수 있을 때, 과거는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갈 지혜가 된다. 문화는 폐쇄성이 아니라 공유와 연결을 통해 더 풍성해질 수 있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서, 어떻게 함께 배울 것인가로 시선을 옮길 때, 전통문화는 비로소 공공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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