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서원출판사], 희년법으로 본 시간과 자유

[희년서원출판사], 희년법으로 본 시간과 자유
[희년서원출판사], 희년법으로 본 시간과 자유

희년주기와 구속사의 시간표 – 성서가 말하는 물질과 자유의 문화적 재구성

유려해진 시간은 종이 위에 선을 그리고, 그 선 위를 걷는 생각은 어느새 역사와 만나 오늘의 삶을 비춘다. 성경의 레위기에 등장하는 ‘희년법’은 단순한 종교적 규범을 넘어, 우리가 물질과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문화적 장치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이대환의 저서 『희년주기와 성경연대기 上』은 그 오랜 성서적 기록과 수천 년의 시대를 관통하는 시간을 붙들고, 인간의 삶과 우주적 질서가 어떻게 조율되었는지를 수학적으로, 신학적으로 설득해낸다.

이 책은 단지 신앙의 교리를 밝히려는 수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셈하는 하루하루의 의미를 되물으며, 가장 오래된 시간표 속에서 삶의 구조와 문화의 틀을 재정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만기’라는 인간적 합의와 자연적 질서

희년법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현재에 없는 실물'은 반드시 만기를 정해 거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는 물질계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반영하는 원리로, 자유시장경제와도 깊은 철학적 대화를 나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재화하여 사고팔 수 있으되, 그 범위를 시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꿈꾸는 금융의 윤리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다시 묻는다.

이 대목에서 문득 현대의 부동산 시장이나 암호화폐 같은 ‘가치의 미래화’에 대한 고민이 스쳐 지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없음’을 팔고, ‘미래의 약속’에 투자하는 이 시대에 말이다. 희년법은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으며, 무엇에는 경계를 두어야 하는가?"

신앙의 시간표와 과학의 교차점

저자가 계산해낸 희년 1471년의 주기와, 예수의 부활을 특정할 수 있는 1474년의 반복 주기는 단순한 수의 조합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구속사와 천체물리학이 손을 잡는 순간이다. 자전과 공전이 0.001001일 이내로 일치하는 그날, 다소 수학적인 이 우연은 오히려 필연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예수의 공생애가 1093일(156주 1일)에 이르렀음을 구했다. 이는 과거와 사건의 재구성이며, 동시에 종교적 신화를 인간의 감각 너머 ‘정확성’이라는 언어로 다시 부르려는 시도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는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믿으며 살고 있는가? 절기의 흐름에 우리 삶을 맡긴 전통농경사회처럼, 지금도 우리는 어떤 ‘시간 프레임’ 안에서 생존과 윤리를 조율하는가?

희년, 진리를 통한 자유의 문장을 쓰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의 익숙한 구절은 여기서 완전히 새로운 함의를 획득한다. 진리는 단지 개념이 아닌 일상 속 시간의 구조, 나눔의 준칙, 물질 사용의 윤리로 구체화된다. 희년은 노예를 놓아주고, 빚을 탕감하며, 삶을 재정렬하는 해다. 이 지점에서 희년은 '리셋'의 메타포가 되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소유했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놓쳐왔는가?”

이대환의 연구는 경건하고 치열하다. 한 개인의 신념을 넘어, 다층적인 시대의 서사와 물질문명의 역동을 교차시키는 작업이다. 그가 은퇴 장로이며, 가족과 함께 ‘희년 농법’ 실험장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이 논의가 단지 머릿속에만 머무르는 이론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책 밖의 삶과 책 속의 정신이 맞닿아 있음에, 이 연구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까지 이른다.

지금, 희년의 감각을 체화할 순간

이 책이 시간이 주는 질서와 자유의 균형점을 되묻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떤 문화적 실천으로 이에 응답할 수 있을까?
당신의 인생에도 ‘희년’이 필요하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사소한 빚을 탕감해보자. 마음의 부채를, 관계의 거래를.
언젠가 지나갈 것을 오늘만큼은 멈춰 세워 본다면, 그 순간이 당신만의 ‘구속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시간의 경건함이며, 자유의 실천적 해석이다. 우리의 달력, 우리의 계약관계, 우리의 침묵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한 번쯤은 희년의 시간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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