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예술섬, 거제서 만난 화이부동

갤러리예술섬, 거제서 만난 화이부동
갤러리예술섬, 거제서 만난 화이부동

‘화이부동’의 미감 – 영남 예술이 건네는 조화의 언어와 삶의 해석

한가로운 가을의 끝자락, 경남 거제에서 시작된 특별한 예술 여행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다섯 글자의 울림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갤러리예술섬과 해조음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기획전 <영남의 미감, 화이부동>은 전통과 현재, 개인과 공동체, 조화와 차별성을 넘나드는 ‘예술의 태도’를 물으며 오늘의 감성을 지극히 동양적으로 자극한다.

이 전시는 단순히 지역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다름’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예술이 그 질문에 어떤 태도로 답해왔는지를 치열하게 성찰하게 한다. 겉으로 달라도, 본질로 연결된 미적 감각과 세계관—바로 화이부동, 조화 속 자립의 미감은 그렇게 오늘의 문화 감상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역성과 시대성을 넘어선 예술의 목소리

참여작가는 총 17명. 근현대 미술의 거장 남관, 성백주, 전혁림, 하인두에서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감민경, 신선주, 이재효 등 중견·청년 작가들이 다채롭게 함께했다. 이들은 분명 각자의 고유한 창작 세계를 지녔지만, 지역성과 시대성을 초월한 '예술의 공명'이라는 공통된 울림으로 한자리에 놓였다.

이러한 맥락은 거제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문화적 흐름 위에 섬세히 위치된다. 거제·통영·부산·대구 등 영남권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출신지와 시대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자신의 ‘다름’을 견지하면서도, 하나의 전시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어쩌면 지금의 사회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협력의 방식이 아닐까.

큐레이터의 시선, 사유의 미학을 창조하다

기획을 맡은 큐레이터 함의정은 이번 전시를 ‘이분법을 넘은 정체성 사유’라고 정의한다. ‘영남과 호남’, ‘지방과 중앙’이라는 낡은 구분을 뛰어넘어, 자신이 속한 지역을 사랑하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태도, 지방의 예술이 가진 독립성과 품격을 실감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작품 단위의 감상이 아니라, 전시 전체에 흐르는 시선이고 철학이다.

그 안에서 ‘예술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니다. 지역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것이 내 삶에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질문하게 되는 사유자, 해석자가 된다. 그 순간 예술은, 단지 벽에 걸린 그림이 아닌, 삶을 비추는 언어로 기능한다.

거제에서 시작된 예술의 지형도, 감성의 리듬을 새기다

갤러리예술섬과 해조음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예술법인 가이아의 철학대로, 이들은 지역문화 브랜딩과 도시의 문화정체성을 설계하는 ‘예술 생태계의 선도자’ 역할을 자처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거제 아트지도’의 첫 선 그리기라 할 수 있다.

거제의 천혜의 자연과 함께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경험은, 도시의 갤러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의 깊이를 제공한다. 또한 해외 유명 아트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자연, 사람, 작품이 어우러지는 복합적 예술 체험은 관람자를 해석자이자 창작자로 끌어올린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예술의 태도’

‘화이부동’은 단지 논어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타인과 어떻게 만나고, 다른 생각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문화적인 해답이다. 이 전시를 통해 독자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 “나는 일상 속에서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조화롭되 나를 잃지 않는 삶의 자세는 무엇인가?”

예술을 통해 나와 타인의 경계를 조화롭게 채색해 가려는 시도, 그것이 이번 기획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강렬한 문화적 질문이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거제라는 남해의 섬에서 하루를 내어 예술을 ‘감각’하는 것이다. 또는 일상의 벽에 한 문장의 전시 제목을 붙여보는 일도 좋다. ‘화이부동’—우리는 달라도, 함께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가장 유효한 미감의 형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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