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명], 기후재난 시대 자원봉사의 조건

[업체명], 기후재난 시대 자원봉사의 조건
[업체명], 기후재난 시대 자원봉사의 조건

기후 재난과 자원봉사 제도의 미래 – 시민의 자발성과 국가 시스템의 접점을 찾다

한 해를 관통한 집중호우. 그리고 5만7천여 명의 시민이 만든 복구의 흐름. 지난 2025년 여름, 재난 현장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 한국적 연대의 방식이자, 위기 대응의 실질적 주체로 떠올랐다. 그러나 ‘감동적인 동참’ 이면에 남은 과제들도 만만찮다. 시민의 손으로 움직이는 자원봉사 구조가 지속가능하려면, 개인의 의지와 공공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통찰이 필요하다.

이 글은 자원봉사의 사회적 기반, 구조적 한계, 관계 당사자 간의 시각, 제도적 모순과 개선 방향을 차분히 짚어본다.


현장 중심 시스템의 이중 과제 – 자원봉사는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집중호우 대응을 위한 자원봉사에 5만7388명이 참여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로, 기후 위기의 현실화가 시민 참여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통합자원봉사지원단(통자단)’은 11개 지역에서 가동되며 재난 대응의 중심 기제로 자리 잡았다. 기능상 통자단은 지역 자원봉사센터가 주축이 되어, 현장 복구에 필요한 인력 구성과 운영을 수행한다.

하지만 문제는 역할이 커진만큼 제도는 뒤따르지 않는 구조적 모순에 있다. 과정 중 '통합단장 역할의 모호성', ‘지대본-통자단 간 정보 순환 한계’처럼 상시적 병목 문제가 반복 보고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행정조직이 자원봉사를 ‘보조 인력’ 수준으로 대하는 관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시민이 주도하는 재난 대응이 의미 있으려면, 국가는 자원봉사를 정책 체계의 한 축으로 인정할 정치적 용기와 예산 배분의 실질화를 고민해야 한다.


복합재난 시대, 자원봉사자는 ‘관리 대상’이기도 하다

2025년 호우는 폭염과 동시에 발생한 복합재난이었다. 더운 날씨 속에서 흙더미와 고온 폐기물을 마주한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은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의료봉사팀의 동행, 무더위 쉼터 설치, 커피차 제공 등 자발적 안전관리 대응이 공존했지만, 이 역시 개별 센터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는 재난의 중심에 선 자원봉사자를 단지 ‘도와주는 사람’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자 파트너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재난관리법 또는 지방정부의 조례 차원에서 자원봉사자 건강권과 안전 장비를 법제화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이상기후가 반복될수록 자원봉사자는 재해 복구의 필수 인프라로 기능하므로, 이들을 위한 표준 교육, 안전보험 확장, 실시간 대응 매뉴얼 구축이 요구된다.


플랫폼 시대의 참여 방식 – 개개인의 참여가 구조로 귀결되기까지

단체 중심에서 개인 중심의 자원봉사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플랫폼(1365자원봉사포털,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다중의 시민이 참여기회를 접하고, 시공간 제약 없이 일감을 배정받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정보 접근성이 향상되며 참여 허들은 낮아졌지만, 동시다발적 참여에서 파생되는 ‘일감 배치의 병목’은 여전히 문제로 부각된다.

자원봉사 구조는 고도로 유연하면서도 체계적이어야 한다. 무작위 참여가 아닌, 큐레이션된 참여를 설계하기 위한 ‘스마트 매칭 알고리즘’, AI기반 수요 예측 체계 등 기술적 개입을 시도할 단계에 도달했다. 실제로 미국의 FEMA(연방재난관리국)나 일본의 사회복지협의회도 IT 기반 자원봉사 매핑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개인의 헌신을 사회의 자산으로 변환하는 시스템은 존재하는가

재난 자원봉사는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다. 반복되는 대응 구조 속에 누적되는 피로감, 불확실한 피드백 루프, 그리고 성공적 경험이 사장되는 아쉬움까지. 이 모든 요소를 묶어낼 수 없다면, 자원봉사는 늘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소비되고 만다. 기록, 피드백, 교육, 재참여까지 선순환 구조를 갖춘 ‘자원봉사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개발 중인 자원봉사 아카이브와 온라인 기반 교육 모듈 확대는 그래서 중요한 전환의 단서가 된다.


기후 재난 시대, 자원봉사란 단지 ‘마음으로 전하는 손길’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시간 재난 관리 시스템과 연결된 사회적 기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민의 헌신은 반복되는 위기 속에 방치될 수 있다.

다음 재난은 불현듯 찾아올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남을 돕겠다는 마음’과 더불어, 그 마음이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제도와 사회 시스템이다.

시민 각자는 ‘단 하루’의 참여이겠지만, 사회는 그 하루를 ‘다시 돌아오는 구조’로 만들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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