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업 대기업의 교육 기부, 지속가능한 농업 체계 구축에 걸림돌은 아닌가? – 기업 후원 속 농업의 미래를 재조명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화려한 캠페인과 교육 기부 뒤에 숨겨진 농산업 구조는 과연 환경과 미래농업을 위한 길일까요? 스위스 기반의 농업 화학기업 신젠타(Syngenta)가 미국 청소년 농업 교육 단체 FFA(Future Farmers of America)에 2년 연속 최대 기업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가 CropLife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겉보기에 “미래 농업 인재 육성”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로 포장됐지만,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 자립이라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신젠타는 세계 최대 농약 및 유전자조작(GMO) 종자 공급 기업 중 하나로, 전 세계 농업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이들이 청소년 농업 교육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미래 농부’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그대로 수용해도 되는 것일까요?
1. 농업 교육의 민영화, 기업 후원의 명과 암
FFA는 미국 전역에 100만 명이 넘는 학생 회원을 보유한 농업 교육 단체로, 농촌 청소년들의 리더십, 진로 역량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신젠타가 이 단체에 제공하는 재정 지원은 의미 있는 교육 기회 확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화학 농업과 산업 중심 농업 모델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 도구로 기능할 우려 또한 큽니다. 미국 환경단체 Food & Water Watch에 따르면, 미국 공립학교 내 농업 교육 중 상당 부분이 농약·비료 기업의 교재, 장비, 견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육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 독점적 농업 시스템, 기후위기에 대응 가능한가?
신젠타는 전 세계 작물 보호제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전자조작 종자와 특허 기반 농자재를 공급함으로써 농가의 자립적 생산 시스템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물다양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농업이 필수적이라 강조합니다. 그러나 기업 중심의 기술적 농업 모델은 대량 생산과 수출 중심 체제를 강화하며 토양 황폐화, 수질 오염, 생태계 단순화를 가속화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3. 농업 청소년에게 필요한 진짜 교육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성과 식량 주권의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 농업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나 리더십 개발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순환농업, 유기 재배, 로컬푸드 시스템, 생물다양성 보전과 같은 개념이 포함된 교육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의 진정한 농업 리더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농업생태학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농법을 조기에 교육받은 청년 농부들이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및 환경복원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4. 기업 중심 농정 구조를 넘어서야 할 때
오늘날 우리는 기업 중심의 산업농이 아니라 농민, 지역 공동체, 자연이 중심이 되는 식량 체계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농약, 비료, GMO 중심의 전통적 농산업 체계는 기후 위기의 가속화와 함께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제생물다양성센터(Bioversity International)는 "단일화된 작물 재배는 병충해에 취약하며, 기후 불안정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경고합니다. 반면, 자연농업과 복합농업은 탄소흡수 및 토양 수분 유지 능력을 강화하며, 기후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회복탄력적 기능을 갖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보다 나은 농업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제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선택하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 친환경 인증 제품 구매, 학교급식의 로컬푸드 비율 확대 요구, 어반 농업 공동체 참여 등 일상부터 변화는 가능합니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 기업 중심 농업의 일방적 시각이 아닌 생태적, 지역중심적 농업 방식도 병행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협동조합, 시민단체, 학부모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관심과 요구도 절실합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단순한 교육 지원이 아닌, 진정한 지속 가능성과 생태 정의를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
👉 추천 자료:
- 다큐 <씨앗: 협동의 유전자>(Seed: The Untold Story)
- 책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애그로에콜로지 입문』
- 단체 링크: 농촌유학네트워크, 먹거리정의연대, 지역농업네트워크
지속 가능한 농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 행동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