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은 ‘통합 역량’ – 대한전선의 유럽 진출이 주는 전략적 시사점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전력 시장에서, 한국 전선업계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한전선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상풍력 전시회 GOW(Global Offshore Wind) 2025에 참가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행보는, 단순한 수출 이상의 전략적 확장을 의미한다. 핵심은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과 차별화된 시공 역량 확보다.
해상풍력 시장의 구조 – 높은 진입장벽과 복합 기술 융합
해상풍력 산업은 발전기, 변전소, 해저케이블, 시공 선박 등 다층적인 공급망과 고도의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요구한다. 특히 HVDC(초고압 직류 송전) 해저케이블 기술과 시공 선박 보유는 시장 진입의 결정적 분기점이 된다. 유럽은 세계 해상풍력 설치량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IEA, 2024), 영국과 독일 등이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입하려면 기술력은 물론, 밸류체인 전반을 커버할 수 있는 ‘총체적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가 된다.
대한전선은 ‘팔로스(PALOS)’라는 자사 포설선을 앞세워 이 물리적 장벽을 넘고자 한다. 이는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설계-생산-운송-시공-운영 유지보수까지 수직통합된 솔루션 공급자(Turn-key Provider)**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기술 자립에서 솔루션 제공자로 – 공급자 포지션의 진화
대한전선이 강조한 해저케이블의 자체 설계, HVDC 기술력, 그리고 시공까지 가능한 ‘팔로스’는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을 실현하는 상징이다. 특히, 최근 성공적으로 진행된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시공 능력을 입증하며, 단순 부품 제공이 아니라 복합 프로젝트 주도 역량 확보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 구축 중인 해저케이블 1, 2공장은 급증하는 아시아·유럽의 해상풍력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한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한 포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해저케이블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할 전망이며, 해외 수출 수요는 이보다 더 가파를 수 있다.
유럽 시장 진입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
해상풍력은 각국 정부가 설정한 탄소중립 이행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기술 수입보다 자국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폐쇄적인 접근이 강하다. 그러므로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이행 실적, 프로젝트 경험, 현지 파트너십 형성이 경쟁의 핵심이다.
이번 GOW 2025 전시는 단순 참가가 아니라, 실제 시공 사례와 물리적 제품(PALOS)을 전면에 내세운 ‘신뢰와 역량’의 마케팅 전략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대한전선 송종민 부회장이 직접 전시 현장을 찾아 고객사 협력을 다진 점은, 단기 납품 체계를 넘어 중장기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산업 구조 속 기회와 과제 – 누가 기회를 가져갈 것인가
국내 기업 입장에서 해상풍력 시장은 수출 산업의 블루오션이자, 전력망 고도화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진입 기업이 늘면서 차별화된 기술력, 시스템 통합 경험,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이력이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고 있다. 단순 역할의 공급자는 점차 밀려나고,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를 총괄하는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쥔다.
이 관점에서 대한전선의 전략은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공한다:
- 제품 중심 전략에서 시스템 기반 제안 모델로의 전환
- 투자 중심 성과지표에서 신뢰와 운영 경험 중심의 가치 전환
- 국내 중심 경쟁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네트워크 확보로의 확장
실무자가 점검할 체크포인트
전력·에너지·기자재 산업군에 종사하는 실무자 또는 경영자는 이번 사례를 통해 다음 사항을 고려할 수 있다.
- 우리 제품/서비스는 고객의 프로젝트 생태계 내 ‘어느 단계’에서 위치하는가?
- 단순 납품 이상의 파트너십 역할 전환이 가능한가?
- 기술역량을 구체적 실적이나 장비 역량(PALOS처럼)으로 시각화해 제시할 수 있는가?
- 글로벌 진출을 고려할 때, 어떤 현지 네트워크 및 인증 체계를 확보했는가?
결론적으로, 해상풍력 시장 진입은 '기술력+시공력+시장 신뢰'라는 다중 방정식을 풀 수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다. 대한전선의 전략은 ‘통합 역량’이 미래 산업 지형을 좌우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이 풀셋 역량을 갖추느냐에 따라, 글로벌 탈탄소 시장의 주도권이 재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