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나눔 교육, 형식에서 감동으로 – 세대 공감과 실천의 간극을 돌아보다
‘나눔’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공적 가치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가치가 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어떤 방식으로 체험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최근 공개된 ‘제13회 초·중·고 학생 사랑의열매 나눔공모전’은 이러한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진다. 참여형 공모전과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영상과 게임 콘텐츠까지 아우르며 새로운 방식으로 나눔 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의미는 남고 방식은 달라진다 – 디지털 시대의 나눔 교육 실험
이번 공모전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교육부가 공동 주최하고, EBS와 교원단체가 후원하는 형태다. 흥미로운 점은 인기 크리에이터와 메타버스 플랫폼을 접목해 공모전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데 있다. 유튜버 ‘수마일’의 홍보 영상과 ‘로블록스’에서 운영 중인 ‘사랑의열매를 찾아서’ 게임은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나눔의 실천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이는 전통적인 강의식 시민교육을 넘어서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특히 세대별 콘텐츠 소비 방식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현재, 디지털 친화적 방식은 청소년 관점에서 ‘나눔’이라는 가치의 자발적 탐색을 유도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방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전달 가능성이다.
나눔의 실천, 누구를 위한 대상인가 – 참여와 도달의 사회적 격차
공모전은 학생 개인뿐 아니라 학교나 학원 단체 등 조직 단위로도 접수가 가능하다. 이는 나눔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하는데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교육격차와 지역차에 따른 참여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교육 여건이 안정된 수도권이나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녀들이 보다 쉽게 공모전 정보를 접하고 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면, 소외 지역이나 비정규 교육 환경에서는 접근성 자체가 낮다. 실제로 UN 아동권리위는 참여 기회의 평등이 아동권 보장의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유명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아날로그 접근방식에 의존해야만 하는 환경에 사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제도는 감각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 정책과 현장의 온도차
나눔 교육의 제도적 흐름은 ‘인성교육진흥법’과 연결돼 있다. 2015년 제정된 이 법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나눔, 공감, 배려 같은 가치 교육이 입시 위주의 교육구조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모전은 제도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선 교육 시간 확보의 어려움, 교사의 업무 과중, 평가 중심 교육과정과의 충돌 등 현장과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을 좁히려면 단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나눔 교육이 교육과정 전반에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어른의 사회에 던지는 질문 – 나눔은 청소년만의 책무일까?
한편, 공모전의 주체가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배우는 ‘나눔’은 결국 성인의 가치 판단을 반영한다. ‘나눔은 착한 일’이라는 도식적 정형화가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삶과 복지망의 구조,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장기적 접근까지 함께 논의되는 담론으로 확장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나눔의 의미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시작이다. 그러나 진정한 나눔의 문화 정착은 성인 사회의 실천과 제도적 책임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결국 이 공모전은 ‘아이들의 교육’이 아닌 ‘우리 사회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일 수 있다.
마무리하며 – '작은 참여' 너머의 구조적 시야 만들기
청소년 나눔공모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참여는 중요하지만, 참여가 누구에게 열려 있는지, 그 과정이 누구의 감각을 반영하고 누구의 전제에 기반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담당자는 제도 설계를 넘어 전달 방식의 형평을 고민하고, 교육자는 형식과 내면화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시민은 아이들의 손에 맡긴 미래가 어떤 책임의 연속선상에 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나눔'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의 '접속 방식'이다.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상상과 실천에 어른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 이제는 우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