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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풍자로 까발린 우리 사회

교보문고, 풍자로 까발린 우리 사회

“풍자의 껍질, 시대를 까발리다 – ‘콩을 까세요 아주’가 던지는 질문들”

한 알의 콩. 그것은 흔히 소소한 식재료로 생각되지만, 이종욱 작가의 손에 들려지면 불편한 사회와 맞서는 도구가 된다. 교보문고 POD 소설 부문 월간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콩을 까세요 아주』는 단순한 농담이나 해학에 머물지 않는다. 이 소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조용하고도 날카롭게 표백해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이 풍자 소설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금 이 시대에 “껍질을 까야만 보이는 것들”은 무엇일까?

껍질 속 허위의식, 투명하게 하기 위한 작업

작가는 “외면해 온 현실과 마주 보게 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진실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은폐하거나 무시한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현실은 그저 픽션이 아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서로 다른 명분과 체계를 뒤집어 씌우는, 현대 사회의 거울 같은 단면이다.

『콩을 까세요 아주』는 한 개인의 고백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무관심 속 타협한 일상, 자기검열에 익숙해진 대중, 권력자들의 책임 회피 구조를 교란하는 일종의 언어적 ‘내부 고발’처럼 기능한다. 풍자의 진가는 그렇게 현실을 좀 더 선명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새로움은 새로운 것이 아닌 잊혀진 낯섦에서 온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또 하나의 지점은 낯익은 일상에서 거리를 확보하는 시선이다. 독자들은 자신이 잘 안다고 믿었던 세계를 전혀 다른 톤과 결로 다시 들여다본다. 유쾌하면서도 불편한 낯섦이다. 이 불편함은 어쩌면 우리가 너무도 오래 예의로 포장해온 관계, 조직, 사회의 습관을 처음으로 자각할 용기를 준다. “말도 안 되는 질문 같지만… 도움이 되네요”라는 한 독자의 말처럼, 뒤집힌 시선은 방향을 바꾸는 첫걸음이 된다.

풍자, 우리 안의 감정적 무드를 흔드는 도구

작품을 읽으며 우리는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얼마나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는가?”, “나도 이 사회에서 누군가의 불의에 침묵한 사람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풍자는 웃음을 머금은 비극이다. 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신 감정을 환기시키는 시동이다. 정서적 불편함을 통해 사회적 감각을 복원시킨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이 시대의 심리적 공공재에 가깝다.

이는 영국의 풍자 전통을 새롭게 풀어낸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의 ‘블랙 미러’를 연상케 한다. 과장된 미래형 설정을 통해 현재를 소환하는 방식. 이종욱 작가의 선택은 그보다 로컬하고 소근하지만, 맥락의 핵심은 동일하다. ‘지금 여기에 대한 정직한 시선’을 요청한다는 점에서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현실, 그리고 우리 안의 질문

‘콩을 까세요 아주’라는 다소 코믹하고 익살스런 제목은 결국 “껍질 속 진짜 너는 누구냐”고 되묻는다. 독자로 하여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의 결들을 다시 눌러 읽게 한다. 이처럼, 문학이란 현실을 가공해 들려주는 도끼의 언어다. 이작품은 지금 우리가 어떤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또 어떤식으로 타인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꺼내 들 시간, 나의 일상에 깃드는 풍자의 감각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은 얼마나 껍질을 믿고 있는가?”라고. 사회 뉴스보다 빠르게 현실을 직조하고, SNS보다 깊이 있게 정서를 흔드는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사회적 거울’이 된다.

오늘 하루, 당신이 외면해 왔던 것에 눈을 돌려보자. 무심코 지나친 직장 동료의 침묵, 집 앞 골목의 낡은 벽에 적힌 문장 하나에도 새로운 생이 깃들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한 알의 콩처럼, 당신의 질문도 누군가의 현실을 벗기는 단단한 시작이 될 수 있다. ‘껍질’에 갇힌 삶이 아닌, 제대로 깐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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