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습성 변화가 만든 농경지 위기 – 기후 변화 속 지속 가능한 농업 전략을 다시 묻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채소, 과연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재배될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생태계 교란은 이미 농업 전반에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일대에서 관찰된 최근 연구는 철새인 기러기류(Anser, Branta 속)가 계절별로 선택하는 농경지의 특성과 그로 인한 경작물 피해가 농업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웨덴 농업 생태학자들이 발표한 2025년 최신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기러기 종이 특정 작물과 경작시기를 선호함에 따라 생기는 포괄적 농작물 피해는 단순한 야생동물 관리 차원을 넘어 작물 전략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러기의 서식지 이용 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기후위기로 철새의 이동 경로와 도래 시기가 달라지는 지금, 우리는 이 생태계의 변화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기러기 습성 변화가 농작물 피해에 끼치는 심각한 영향
생태계에서 기러기와 같은 대형 철새는 단순히 생물 다양성의 상징이 아닌, 농경제에 직결된 주요 변수다. 연구에 따르면 기러기류는 계절, 지역, 작물 종류에 따라 농경지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며, 특히 봄과 여름에는 목초지와 사료용 작물지, 가을과 겨울에는 수확 이후 남은 곡물 포장을 집중적으로 방문한다. 이는 지속적인 경작물 피해로 이어지며, 유럽 전역의 농민들은 사료 작물지 침입 및 파종 직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 어린 곡물 작물을 선호하는 경향은 미리 파종한 작물의 생장 초기 단계에서 집중적인 피해를 야기하며, 이는 전체 수확량 감소와 직결된다. 농약이나 물리적 조치로는 대응이 어렵고, 철새 보호 규정도 있어 임의의 개체 수 조절이 불가능하다. 결국 농업 정책과 생태 관리의 정교한 연계가 요구된다.
유연한 농법 전환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 전략
연구는 피해 감소를 위한 농법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러기 피해가 집중되는 시기를 고려해 가을철 경작지 갈이를 연기하거나, 수확 잔재물을 남겨둔 채 월동하는 방식은 기러기를 유인해 특정 포장에 머물게 하면서 생육 중인 작물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파종 시기를 가을에서 봄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러기의 겨울철 섭식 시기와 맞물리지 않아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모든 농가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는 만큼, 행정 차원의 지역 맞춤형 작물 조합 설계와 농업 현장 모니터링 기반의 유연한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피해 저감이 아닌, 생태계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의 일환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다종 철새 공동 관리, 국제 협력이 필요한 이유
이번 연구의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기러기의 종에 따라 포장 선택 행태가 상이하다는 점이다. 같은 지역에서 서식하더라도, 종마다 선호 작물이 다르며, 이동 패턴이나 체류 기간도 다르기에 단일 종에 기반한 기존 피해 저감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유럽이나 동아시아 철새 도래지 국가들이 다종 생물의 공존을 고려한 통합적 철새-농업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시사한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는 이미 “기후변화 적응 농업에서 조류 관리 전략은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국제 공동 대응을 제안한 바 있다. 철새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하므로, 지역 단위 해결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 확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기러기로 대표되는 야생동물과 농업의 갈등은 단순한 생태 문제를 넘어 우리가 매일 먹는 식량의 안전성과 직접 연결된다. 산업화된 집중 농업의 틈에서 생기는 생태계 불균형은 결국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이 요구된다.
- ● 친환경 인증 농산물 구매 확대: 탄소·수질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농산물을 선택해 지속 가능한 경작을 지원한다.
- ● 로컬푸드 소비 확대: 지역 생태 특성에 맞춘 농산물 유통은 생태파괴를 줄이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 ● 정책 지지 및 참여: 생태 기반 농업 전환을 위한 정책을 지지하고, 관련 캠페인이나 농민단체 활동에 동참한다.
- ● 정보 소비: 『푸드 인크(Food, Inc.)』 같은 다큐멘터리나 『침묵의 봄』 등의 서적을 통해 식량과 생태계의 연계를 깊이 이해한다.
최근 연구는 농업을 둘러싼 생태학적 복잡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러기를 비롯한 철새와의 공존은 농업과 자연 사이의 적절한 균형 감각에서 출발한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땅과 음식을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실천은 지금 당장 우리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