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의 시대 – 반려동물 건강을 통해 우리 건강을 돌아보는 법
시대를 불문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은 고귀하다. 그런데 이 생명의 범주에 사람만 포함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최근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대표로 선정된 엄태흠 수의사의 사례는 '생명 존중'이라는 철학이 인간을 넘어 모든 생명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려동물 치료 분야에서 그가 열어낸 의료적 전환점은 우리 사회의 건강 인식에도 변화를 제안한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개발된 고난도 치료 기술, 그리고 그 근간에 있는 예방과 조기진단 중심의 접근 방식이야말로 인간 건강관리보다 먼저 실천 가능한 건강 행동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건강 회복보다는 조기 발견 – 마음의 레이더를 켜는 삶
수의심장외과의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복합형 심실중격결손(VSD), 감염성 심내막염, 판막 질환(MMVD) 등 생명 위협 질환을 진단하고 조기에 수술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사람의 건강에서도 심혈관계 질환은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나, ‘진단 후 치료’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의 경우, 증상 표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조기 관찰과 정기 검진이 특히 중요하다. 이 점은 인간 건강에도 유효하다. 아침에 일어난 뒤 숨이 차거나 갑작스러운 피로감을 느낀다면 심장 기능의 이상일 수 있다는 몸의 메시지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당신은 자신의 심장 리듬을 얼마나 자주 체크하나요?” 마음의 두근거림은 감정일 수도, 질병의 전조일 수도 있다. 예방은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수용할 준비를 갖춰가는 과정이다.
반려동물도 실천하는 건강 루틴 –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
넬동물의료재단은 심장 환반려견을 위한 특화된 식단, 하루 운동량 조절 프로그램, 정밀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동물은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하기에 주기적인 관찰과 정밀 검진이 생명선이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먹고 자고 움직이는 ‘셀프 건강 루틴’에 얼마나 지침을 두고 있는가. 하루 30분의 산책, 꾸준한 수분 섭취, 고염식이나 동물성 지방 위주의 식사 배제처럼, 우리가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 구성하는 관리 프로그램을 오히려 ‘나 자신’에게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심장 정밀 검사가 정기적으로 필요하듯, 인간에게도 연 1회 이상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 그리고 스트레스 지수 측정이 일상 예방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 모든 요소는 ‘질환이 생긴 후에 대응’하는 시대에서 ‘질환이 생기기 전에 달라지는 삶’으로 건너가기 위한 건강 투자다.
건강은 나눌수록 강해진다 – 함께 사는 생명들과의 연결
엄태흠 수의사는 단지 치료에 그치지 않는다. 유기동물 구조와 치료를 다룬 유튜브 콘텐츠 <가족이라면서요>를 통해 생명의 존엄을 사회문화적 수준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치유는 공동체적으로 이뤄질 때 강력해진다는 건강철학의 실천형 메시지다.
WHO는 정신 건강의 회복 탄력성에 대해 “타자와의 연결성, 돌봄의 관계망을 회복하는 데서 커다란 회복 효과가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스트레스 과부하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돌보는 관계’를 유지할수록 삶의 만족도, 면역력, 우울지수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다.
지킬 수 있는 변화, 지금 시작할 건강 루틴 하나
반려동물을 자주 건강검진에 데려가는 당신이라면, 바로 그 루틴을 자신의 건강에도 적용해보자. 이번 주말, 가까운 내과나 보건소에서 기본 심혈관 검사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수의사들이 사용하는 체계적인 심장 체크리스트를 응용하여 아래 항목을 생활 루틴에 넣어보자.
☑ 아침 기상 직후 심박수 체크 (60~100 사이인지 확인)
☑ 밤잠의 깊이와 중간 각성 여부 메모
☑ 하루 20분 이상의 유산소 걷기
☑ 일주일 1회 이상 식사일기 작성
☑ 나와 중요한 사람 한 명에게 “괜찮아?”라고 먼저 물어보기
생명은 조건 없이 위대하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거나 목소리가 없다는 이유로 덜 중요하지 않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실천은 오늘날 인간 건강의 미래를 준비하는 강력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당신의 건강 루틴이 자연스레 생명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으로 진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