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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교실은 어디로 가는가

AI 시대, 교실은 어디로 가는가

AI 교실, 주체적 교육의 종말인가 진화의 전환점인가 – 교육 현장에서 나타난 생성형 인공지능의 문화사회적 충격 분석

“아이들이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TikTok에서 본 걸 반복할 뿐이죠.” 404 Media의 제이슨 커블러(Jason Koebler)가 기록한 교육 현장의 현실은 그 어떤 문화 비평보다 날카롭다. ‘Teachers Are Not OK’라는 보고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특히 ChatGPT의 등장이 초·중등 및 고등 교육 현장에 불러온 문화적, 정체성적 지진을 생생히 포착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교육 환경 변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성과 창의, 공동체적 소통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기술 아닌 문화 패러다임의 문제

많은 이들은 ChatGPT를 ‘도구’로 말한다. 그러나 교육자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이 장착된 세계의 속성—“디지털 소비를 창조 위에 두고, 콘텐츠 제작자와 수동적 소비자의 위계를 당연시하는 담론 구조”—가 교육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말한다. 이는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의 ‘관계미학’이 주장했던 것처럼, 타자와 맺는 관계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는 행위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방향이다. 학생들은 더 이상 직접적 경험이나 내면의 사유를 통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알고리즘이 제시한 문장 구조만 반복하며 '학습된 말하기'를 수행한다.

기표(記標)는 남아있되 기의(記意)는 사라진 상황—이는 자끄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différance)’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의미는 늘 유예되고, AI는 그 유예의 연쇄를 대체해버리는 모방의 언어로 사고 자체를 대리한다. 결국 기존의 인간 중심 언어 체계조차 위협받는다.

가르침의 위기, 교육자도 학습자도 길을 잃다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교육자 존 다우드(John Dowd)는 “기술이 우리에게 아무런 협의도 없이 던져졌다”고 말한다. 교사는 더 이상 주도자가 될 수 없고, 플랫폼과 알고리즘, 자동완성된 문장들이 수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이 점은 미셸 푸코의 권력/지식 담론 설정에서 명료하게 읽힌다. 즉, 알고리즘이 지식을 구성하면, 권력은 교사에서 기술로 이동한다. 비판적 문해력(critical literacy)은 점차 삭제되고, ‘맞는 답’을 찾는 과정만이 강화된다.

이 현상은 특히 AI 사용 규정을 개별 교사 수준에 맡길 수밖에 없는 제도적 공백을 통해 더욱 심화된다. 박사 과정 수업에서도 ‘무책임한’ AI 사용이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은, 교육이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에 종속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음을 방증한다.

기술의 ‘중립성’ 신화에 균열 내기

몇몇 학생조차 “AI는 올바르게만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학생은 ‘비판적 분별’을 통해 정보를 가려내는가, 아니면 단지 ‘AI가 말했다’는 것만으로 진실을 확신하는가? 이는 단순한 교육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에 권위를 위임하는 절차의 문제다. 테드 창(Ted Chiang)은 “AI는 인간이 내리는 창조적 선택을 모방할 순 있지만 결코 동일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차이는 윤리이며, 서사이며, 감정의 의미화 과정이다.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성’에 대한 문제다. AI 시대의 문화에서 우리는 소비자일 것인가, 아니면 공동창작자일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교육 현장 너머로 확장되어 양극화된 생산자-소비자 구조를 허물 것인지에 대한 문화적 선택지로 다가온다.

대항서사 만들기의 가능성과 과제

하지만 파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커블러는 성찰적이고 능동적인 대응도 일부 교실에서 목격하고 있다. 정답을 찾는 훈련이 아닌 의미를 기획하는 연습, 자동화를 넘어 자율적 선택의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이는 인간 중심의 창작성과 관계성을 지키려는 마지막 버팀목이며, 궁극적으로는 교육 철학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여기서 문화예술적 상상력의 역할은 전례없이 중요하다. 비판적 예술이 기술 문명에 저항하면서도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처럼, 교육 역시 새로운 문해력, 즉 ‘AI 이후 시대의 인간성 문해력’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 이 교실은 미래의 축소판이다. 교육의 위기를 문화적 관점으로 직시하는 것은, 기술 발전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 주체의 역량을 회복하려는 첫 시도일지도 모른다.

문화 현상 깊이 읽기 – 우리의 행동 가이드를 위한 제안

생성형 AI가 교실에 끼치는 영향은 단순한 교육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기술 디터미니즘에 대한 사회 전체의 대응, 그리고 ‘사유의 문화’를 지킬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다음과 같은 실천이 가능하다.

  • 가까운 교육 현장에서 AI 활용 관련 토론 활동 또는 공개 강좌에 참여해 보자.
  • AI 관련 비평서나 교육학 저널에서 논의되는 ‘디지털 문해력’ 개념을 탐색하며 자기 성찰을 도모하자.
  • 학생 또는 학부모라면 학교 커뮤니티에서 생성형 AI 활용 지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 보자.
  • 마지막으로, 사회 전체가 AI 이후 시대의 주체적 시민성과 책임 있는 창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놓지 말아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문화를 구성하는 방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은, 교실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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