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불확실성과 관세 리스크 – 공급망 회복탄력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운용자들은 이제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에 대비한 복원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을 비롯한 국제정세 변화로 관세 정책이 돌발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라진 게임의 법칙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역량이 곧 물류 경쟁력의 차별점이 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Kinaxis 주최의 디지털 포럼 ‘Tariffs, Trade and Turbulence’를 통해 확인된 것은 공급망은 이제 기술이 아닌 전략의 문제이며, **미래형 의사결정과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세라는 공급망 리스크 –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
‘정책’이 아닌 ‘지정학적 무기’로 관세가 활용되는 시대다. 특히 미국과 중국, EU 등 주요 무역블록 간의 이중화(decoupling) 흐름은 수출입 기반의 물류 운영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Kinaxis의 경제 미래학자 앤드류 부쉬는 이번 포럼에서 “관세는 이제 전략적 무역무기”라고 표현했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이제 통관 리스크나 TCO(Total Cost of Ownership) 계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의 리니어한 공급망 구조보다, 이벤트 기반 재계산과 시뮬레이션 기능이 결합된 ‘동적 공급망 모델링’이 물류 전략의 핵심이다. 빠르게 어떤 사고가 터질지를 예측할 수는 없어도, 사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사전에 설계함으로써 대응 민첩성을 확보할 수 있다.
AI 기반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의 실용 사례
Kinaxis의 Maestro™는 인공지능 기반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으로 다양한 ‘what-if 시나리오’ 분석 기능을 제공한다. 실제로 지난 미 대선 기간 동안 미국 내 기업들은 Maestro 플랫폼을 통해 수천 건의 관세 관련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예컨대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할 경우 물류 리드타임, 운임 증감, 부품 가용성, 통관 지연 등의 변수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안을 도출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부품 수급이 중요하거나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형 기업 또는 플랫폼 기반 리테일 스타트업은 AI 기반 시뮬레이션 시스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회복 전략 – 다변화와 협업 구조 강화
이번 포럼에서는 퀄컴, Viant Medical, Thermo Fisher Scientific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퀄컴은 특정 국가에 집중된 생산과 물류 노선에서 벗어나, 공급처 및 운송 방식의 다변화 전략을 실행 중이다. Thermo Fisher는 관세정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유럽 내 특송 풀필먼트 거점 확보와 동시에 지역 내 협력 물류 네트워크를 재편하고 있다.
공통점은 ‘독립적 시스템 완성’이 아닌, 외부 전문가 및 기술 파트너와의 구축형 협업 체계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동남아, 인도, 중동 등으로 수출 확장을 노리는 국내 기업에게도 즉각 실천 가능한 전략이다.
국내 시사점 – 불확실성 속 스마트 대응 역량 확보
이처럼 공급망의 복원력(resilience)은 단일 솔루션이나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예측보다는 대응에 근거한 전략,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데이터 통합 능력, 실시간 의사결정 구조, 시뮬레이션 중심 운영체계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현업 적용을 위한 전략 가이드라인>
- 자사 물류·공급망 운영에 주요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변수(관세, 정치 리스크 등)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내부 TF 또는 외부 컨설팅 체계 마련
- AI 기반 공급망 모델링 시스템(Maestro류) 도입 검토시, 시나리오 설계 가이드라인 수립 → ROI 측정 기준 동시 정의
- 생산지·물류거점·통관 노선의 다변화 로드맵 수립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한 SCM 부서와 IT 부서 간 컨버전스(융합) 조직 확대
산업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지금, 미래 물류 생존전략은 ‘속도’보다 ‘기민함’이다. 관세가 물류의 장애물이 아닌 전략 자산이 되는 시대, 대응 능력을 설계하지 않는 조직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