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음, 데시벨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조율사 김진수의 피아노 방음 이야기]<5>

피아노 소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기준은 데시벨(dB)이다. 소리의 크기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시벨은 분명 유용한 자료다. 그러나 공동주택이나 음악학원, 가정에서 발생하는 피아노 소음 문제를 하나의 숫자만으로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피아노를 같은 사람이 연주하더라도 측정값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

건반을 누르는 세기, 연주하는 음역, 측정기와 피아노 사이의 거리, 문과 창문의 개방 여부, 바닥과 벽의 구조, 주변 생활소음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한 값 역시 참고자료는 될 수 있지만, 전문 측정장비와 동일한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피아노 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한 이유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이 소리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큰 소리가 한 번 들리는 것보다, 같은 음형이 오랫동안 반복될 때 더 피로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농이나 스케일처럼 일정한 패턴이 계속 이어지는 연습은 연주자에게는 훈련 과정이지만, 이웃에게는 반복되는 생활소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간대도 큰 영향을 준다. 낮에는 주변의 대화 소리와 차량 소음, 생활 소리에 묻혀 크게 느껴지지 않던 피아노 소리가 저녁이나 늦은 시간에는 훨씬 선명하게 들릴 수 있다. 측정값이 같더라도 주변 환경이 조용해지면 체감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낮에 측정한 수치만으로 밤 시간대의 불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피아노의 저음과 진동도 함께 살펴야 한다. 피아노 앞에서 듣는 소리는 크지 않더라도, 바닥이나 벽을 통해 전달된 진동이 다른 공간에서는 둔탁한 울림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낮은 음역은 공기 중으로 퍼지는 소리뿐 아니라 구조를 타고 전달되는 느낌이 강할 수 있다. 반대로 피아노 바로 앞에서는 매우 크게 들리더라도 문밖이나 복도에서는 체감이 빠르게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방음 효과는 수치뿐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소리와 진동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피아노 방음 전후를 비교하려면 가능한 한 같은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같은 피아노와 같은 곡, 비슷한 연주 세기, 같은 측정 위치에서 비교해야 한다. 문과 창문의 상태도 같아야 하고, 측정 시간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좋다. 현재값 하나만 보기보다 일정 시간 동안의 평균과 최대값을 함께 살펴보고, 방 안과 복도, 인접 공간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수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생활에서는 연주 시간, 반복 빈도, 설치 위치, 건물 구조, 이웃의 생활 패턴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수치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특정 방향으로 퍼지던 울림이나 바닥을 통한 진동 부담이 줄어들면 실제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피아노 방음의 목적은 특정 숫자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연주자가 피아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주변으로 전달되는 소리와 진동의 부담을 현실적으로 줄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측정값과 함께 피아노의 구조, 설치 환경, 연주 습관, 생활시간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피아노 소음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가족과 이웃이 느끼는 불편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데시벨은 판단을 돕는 자료이고, 최종 기준은 실제 공간에서 소리와 진동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데 있다.

김진수 대표 / 조율사
삼익악기 배곧점 정음악기 대표. 30년 이상 피아노 조율·수리 현장에서 활동해온 국가공인 1급 피아노조율산업기사이자 피아노조율기능사다. 현재 피아노 조율, 수리, 자체방음 상담을 전문으로 하며, 가정과 음악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아노 소리 민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 피아노를 유지하면서 소음과 진동 부담을 줄이는 피아노 자체방음 시공을 통해 피아노와 이웃 사이의 현실적인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코웍타임즈
코웍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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