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만 하면 끝일까? 피아노 조율이 필요한 이유

[조율사 김진수의 피아노 방음 이야기]<6>

△피아노 자체방음은 악기의 구조와 울림이 전달되는 경로를 먼저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피아노 소음 때문에 방음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대개 ‘어떻게 하면 소리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흡음재를 사용하거나 진동을 줄이고, 피아노에서 주변으로 전달되는 소리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방음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피아노를 조율하고 수리해온 조율사의 관점에서 보면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피아노의 상태다.

피아노는 단순히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기계가 아니다. 건반을 누르면 액션이 움직이고 해머가 현을 타격하며, 현의 진동이 향판과 피아노 몸체를 통해 확장되면서 특유의 음색과 울림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는 수많은 부품이 관여한다. 따라서 같은 크기와 같은 모델의 피아노라도 조율 상태와 내부 부품의 상태, 사용 기간과 관리 정도에 따라 실제 연주할 때 나타나는 소리와 울림은 달라질 수 있다.

오랫동안 조율이나 정비를 하지 않은 피아노에서는 음정뿐 아니라 해머와 액션의 상태, 각종 접점에서 발생하는 잡음 등 여러 요소가 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외부로 전달되는 소리만 줄이려고 한다면 피아노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방음의 문제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피아노 자체방음을 시행하기 전에는 현재 악기의 상태와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피아노 자체방음은 단순히 방음재를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작업이 아니다. 피아노는 현과 향판의 진동을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악기이기 때문에 울림이 필요한 부분과 주변으로 전달되는 소리와 진동을 줄여야 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피아노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내부를 막거나 흡음재를 과도하게 적용하면 원래의 음색이나 연주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피아노의 상태와 구조를 살핀 뒤, 악기의 특성을 고려해 필요한 부분에 자체방음을 적용한다.

업라이트피아노와 그랜드피아노의 구조가 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 중요하다. 업라이트피아노는 향판이 세로 방향으로 배치되고 일반적으로 벽 가까이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그랜드피아노는 향판이 수평으로 놓여 있고 피아노의 하부가 넓게 열려 있다. 소리가 만들어지고 공간으로 퍼지는 방식이 서로 다른 만큼 자체방음 역시 한 가지 방법을 모든 피아노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

방음 작업 이후에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단순히 소리가 얼마나 작아졌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직접 건반을 눌렀을 때 음색과 터치, 울림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방음 작업과 함께 조율이나 내부 상태 점검을 실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음악기가 피아노 자체방음과 조율·수리를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음재만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피아노 자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한 상태에서 소리와 진동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36년 동안 다양한 피아노를 조율하고 수리해온 경험은 어떤 부분에서 소리가 만들어지고, 어떤 부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어디에서 주변으로 전달되는 소리와 진동을 줄여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피아노 방음을 고민하고 있다면 ‘얼마나 많이 막을 것인가’부터 생각하기보다 먼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피아노의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피아노라도 상태와 설치 환경이 다르면 필요한 방음 방법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좋은 피아노 방음은 악기의 소리를 무조건 없애는 작업이 아니다. 연주에 필요한 피아노 고유의 특성은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주변 공간으로 전달되는 소리와 진동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진수 대표 / 조율사
삼익악기 배곧점 정음악기 대표. 30년 이상 피아노 조율·수리 현장에서 활동해온 국가공인 1급 피아노조율산업기사이자 피아노조율기능사다. 현재 피아노 조율, 수리, 자체방음 상담을 전문으로 하며, 가정과 음악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아노 소리 민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 피아노를 유지하면서 소음과 진동 부담을 줄이는 피아노 자체방음 시공을 통해 피아노와 이웃 사이의 현실적인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코웍타임즈
코웍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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