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차량을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랜 시간 운전대를 잡다 보면 어깨나 목이 뻐근한 것은 물론 허리 통증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피로로 생각하고 넘기기 쉽지만,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운전은 겉으로 보기에는 앉아서 하는 동작이지만 척추에는 상당한 하중이 가해진다. 상체를 지탱한 채 페달을 밟고 핸들을 조작하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앉거나 허리를 구부정하게 말아 앉는 자세는 허리 주변 근육의 긴장을 높이고 추간판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한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손상되면서 내부 수핵이 돌출돼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자세가 반복되면서 디스크가 점차 약해진 뒤 작은 자극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더 흔하다.
장거리 운전 후 차에서 내릴 때 허리가 갑자기 아프거나 허리를 펴기 어려운 경험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앉아 있는 동안 압박을 받던 디스크가 자세를 바꾸는 순간 추가적인 부담을 받으면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이 엉덩이나 다리까지 이어지거나 저림, 감각 이상이 동반된다면 신경 압박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휴가철 허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전 전 자세부터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받이는 직각보다 약간 뒤로 기울여 약 100~110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허리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엉덩이는 시트 깊숙이 밀착시키고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리 받침이나 쿠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엉덩이 아래에만 쿠션을 받치면 허리가 과도하게 굽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장시간 운전이 불가피하다면 1~2시간마다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내려 몸을 움직이는 습관도 필요하다. 가볍게 걷거나 허리와 고관절, 허벅지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갑자기 들어 올리거나 허리를 비튼 상태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행동 역시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무릎을 함께 사용해 들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허리 통증이 계속되거나 다리 저림, 근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허리디스크는 초기라면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호전 가능하다. 다만, 고사양의 첨단 진단 및 치료 장비를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을 선택해야 원인과 진행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를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도수치료, 운동치료, 체외충격파, 영상장비를 활용해 염증이 발생한 신경 주변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차단술 등을 시행한다. 치료 후에는 척추 주변 근육의 균형을 회복하고 재발 위험을 줄이는 재활관리도 필요할 수 있다.
대구 대한정형외과 김태균 원장은 “장거리 운전으로 생긴 허리 통증을 단순 피로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평소 잘못된 자세가 누적되면서 발생한 허리디스크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에 비수술 치료와 재활 관리를 시작하면 수술 없이도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통증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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