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장의사 박용선의 ‘잊혀질 권리’] 온라인 계정 하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의 개인정보와 일상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열릴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정보를 지키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복잡한 해킹 기술을 구사하는 전문 인력이 주요 위협으로 꼽혔다면, 이제는 AI가 공격 과정의 일부를 자동화하면서 위협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권과 종교단체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로이터통신은 국내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에 AI 도구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관계 당국은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 대형 교회에서도 회원 정보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내 한 보안업체는 해외 서버에서 두 대형 교회와 관련된 회원 자료와 공격 기록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유출 의심 자료에는 회원 정보와 헌금 기록, 내부 업무 문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킹을 통해 유출된 정보는 이름이나 연락처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금융정보는 대출 사기나 맞춤형 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고, 종교단체의 회원 정보는 개인의 신념이나 소속을 드러내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내부 문서나 대화 기록까지 외부로 유출되면 당사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인간관계와 업무상 정보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다.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은 개별 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정보가 결합할수록 특정 개인을 식별하거나 사생활을 추적하기 쉬워진다.
AI가 사이버 공격에 활용된다고 해서 모든 공격이 갑자기 정교해지거나 누구나 손쉽게 해킹할 수 있게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취약점 탐색이나 공격 경로 분석 등 일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공격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기업과 기관의 보안 체계가 기술 변화에 맞춰 개선되지 못하면, 한 곳에서 발생한 보안 침해가 여러 시스템으로 확산될 위험도 커진다.
개인 역시 비밀번호 변경이나 의심스러운 링크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계정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다중 인증을 설정하는 기본 수칙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정보가 유출됐다면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름과 연락처, 직장, 소속 정보 등이 온라인에 노출된 경우 이를 악용한 사칭이나 표적형 접근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면 계정 접근 기록과 관련 안내를 살피고, 의심스러운 연락이나 추가 피해 정황을 기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라인에 노출된 정보는 최초 유출 경로를 차단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자료가 다른 사이트에 복제되거나 게시물과 검색 결과를 통해 다시 노출될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삭제를 요청하더라도 게시 위치와 운영 주체에 따라 절차가 달라지며, 원본이 삭제된 뒤에도 검색 결과나 사본이 한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피해 대응은 계정 보안 강화와 함께 실제 노출 지점을 파악하고, 삭제 요청과 후속 모니터링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온라인에 노출된 개인정보와 사칭 게시물, 명예훼손성 콘텐츠 등을 조사하고, 플랫폼별 정책과 절차에 따라 삭제 또는 비노출을 요청하는 일을 지원한다. 삭제가 가능한 게시물인지, 검색 결과만 남아 있는지, 다른 사이트로 복제됐는지를 구분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후 재노출 여부를 살피는 것도 주요 업무다. 다만 모든 자료를 일률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관련 법령과 플랫폼별 운영 정책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일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보유한 기업과 기관은 접근 권한과 정보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개인도 정보 유출 이후 온라인에 남은 흔적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지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원치 않는 정보가 개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지 않도록 노출 경로를 파악하고,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박용선 탑로직 대표]
-디지털장의사 1급ㆍ2급
-가짜 뉴스퇴출센터 센터장ㆍ인터넷돌봄활동가
-사회복지사ㆍ평생교육사
-서울대 AMPFRI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고려대 KOMA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한국생산성본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마케팅 애널리틱스학과 대학원 졸업
-법학과 대학원 졸업
-5년 연속 ‘대한민국 소비자 만족대상’ 수상
-4년 연속 ‘한국을 빛낸 사회발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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