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방음에 관한 이야기를 열 차례에 걸쳐 이어오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는 의외로 ‘소음’이 아니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단어는 ‘연주’였다.
피아노 방음을 문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얼마나 소리를 줄일 수 있는 지부터 묻는다. 어떤 방음재를 사용하는지, 어디를 막는지, 몇 데시벨 정도 줄어드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물론 모두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30년 넘게 피아노를 조율하고 수리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방음의 목적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이 피아노 방음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쿠스틱 피아노의 매력은 울림에 있다.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고, 그 진동이 향판과 피아노 몸체로 이어지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피아노의 소리가 만들어진다. 연주자는 그 소리를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손끝과 몸으로 함께 느낀다.
문제는 주거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그 울림이 연주자에게는 음악이지만 이웃에게는 불편한 소리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연주 시간을 줄이고, 늦은 시간에는 건반을 누르는 것조차 조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피아노 앞에 앉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오래 사용한 어쿠스틱 피아노를 처분하거나 디지털피아노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만난다. 오랫동안 연주한 악기이고, 아이의 성장과 함께한 피아노이며, 때로는 가족의 추억까지 담긴 악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나 역시 방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자재와 방법을 사용해봤다. 진동을 강하게 억제하면 소리는 줄어들 수 있지만, 지나치게 울림을 죽이면 피아노 특유의 소리가 둔탁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현재는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고밀도·고중량 부직포를 중심으로 강한 자체방음을 적용하되, 연주자가 소리를 답답하게 느낄 경우 흡음 정도를 단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기준은 더욱 분명해졌다.
좋은 방음은 피아노 소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는 방음재를 넣기 위한 가구가 아니라 연주하기 위한 악기다. 건반을 눌렀을 때 피아노다운 반응과 울림이 남아 있어야 하고, 동시에 주변으로 전달되는 소리와 진동의 부담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업라이트피아노의 뒷면이나 그랜드피아노의 상부와 하부처럼 악기의 구조에 따라 방음 위치와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주문제작 고밀도·고중량 부직포 역시 그랜드피아노 상부와 하부, 업라이트피아노 뒷면 등에 적용하고 있다.
시공을 마친 뒤 “소리가 많이 줄었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물론 반갑다. 하지만 조율사로서 더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이제 마음 놓고 피아노를 칠 수 있겠어요.” 이 한마디가 피아노 방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방음은 이웃과 싸우기 위한 기술도 아니고, 피아노 소리를 없애기 위한 기술도 아니다. 연주하는 사람과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공존할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피아노의 소리와 진동, 자체방음의 구조, 방음재, 조율, 연주감, 층간소음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열 번째 이야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결론은 간단하다.
좋은 피아노 방음은 피아노를 조용한 가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제까지 이웃을 의식하며 닫아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열고, 연주자가 다시 건반 앞에 앉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36년 동안 피아노를 만져왔지만 피아노를 둘러싼 주거환경과 생활방식은 계속 변하고 있다. 방음 기술과 재료도 앞으로 계속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기준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소리는 지키고, 불편한 소리는 줄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피아노를 계속 연주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피아노 방음이다.

김진수 대표 / 조율사
삼익악기 배곧점 정음악기 대표. 30년 이상 피아노 조율·수리 현장에서 활동해온 국가공인 1급 피아노조율산업기사이자 피아노조율기능사다. 현재 피아노 조율, 수리, 자체방음 상담을 전문으로 하며, 가정과 음악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아노 소리 민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 피아노를 유지하면서 소음과 진동 부담을 줄이는 피아노 자체방음 시공을 통해 피아노와 이웃 사이의 현실적인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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